신한자산운용, 솔라나·이더퓨즈·오르카와 MOU 2027년 토큰증권 시장 선점 나선다

토큰증권법 내년 2월 시행
KYC·AML부터 외환규제·온체인 유동성까지 점검

박선영 기자

suny8000@megaeconomy.co.kr | 2026-08-21 10:10:30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신한자산운용이 원화 초단기채펀드를 블록체인상의 토큰으로 발행·유통하는 실험에 나선다. 내년 2월 국내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모델을 원화 금융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 미리 검증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토큰을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기관투자자의 원화 펀드 매수부터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외환규제, 블록체인상 유통까지 전 과정을 시험한다.


신한자산운용은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 솔라나(Solana) 재단, 규제 준수 토큰화 발행 플랫폼 이더퓨즈(Etherfuse), 온체인 유동성 인프라 오르카(Orca)와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의 발행·유통 전 과정에 대한 기술검증(PoC)을 위한 4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 [이미지=신한자산운용 제공]


이번 실증의 기본 구조는 신한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원화 초단기채펀드를 해외 기관투자자가 매수한 뒤 이를 토큰 형태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원화 금융상품과 블록체인 인프라를 연결해 실제 발행과 유통이 가능한지를 살펴본다.

쉽게 말해 기존 펀드의 기초자산과 운용은 유지하면서 투자자의 권리와 거래·보유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구현하는 방식이다. 가상자산을 새로 만들어 투자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토큰증권 역시 법적으로는 새로운 종류의 가상자산이 아니라 기존 '증권'을 분산원장 기술로 발행·관리하는 형태다. 금융위원회도 토큰증권을 증권의 새로운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4개 기관은 실제 금융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규제와 기술 요건을 함께 검증한다. 국내외 법제도에 맞는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부터 블록체인 운영 방식, 보안 감사, 외국환거래법상 규제 준수 요건, 온체인 유동성 설계 등이 대상이다.

특히 이번 실증은 해외 기관투자자가 원화 표시 펀드를 매수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발행하는 기술 자체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의 자금이 원화 금융상품으로 들어오고 다시 회수되는 과정에서 외환 관련 규제를 어떻게 준수할지가 사업화의 주요 관문이 될 수 있다.

온체인 유동성도 핵심 검증 대상이다. 토큰화된 금융상품을 발행하더라도 실제 거래할 수 있는 유동성이 부족하면 상품으로서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상에서 거래 상대방을 확보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토큰 발행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한자산운용이 참고하는 대표 사례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BUIDL'이다. 전통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와 블록체인 인프라를 결합해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모델로,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토큰화 경쟁을 촉발한 상품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운용사의 움직임은 최근 더 빨라지고 있다. 블랙록은 이달 초 블록체인 인프라를 결합한 토큰화 머니마켓 상품 2종을 추가로 선보였다. 전통적인 단기자금 운용 상품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상품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신한자산운용이 초단기채펀드를 첫 검증 대상으로 택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주식이나 장기채권과 비교해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기 금융자산은 글로벌 토큰화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유휴자금 운용과 결제 대기자금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실물연계자산 리서치 기관 RWA.io의 'State of RWA Tokenization 2026'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토큰화 실물자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월 기준 362억 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년 사이 2200% 성장했고 전 세계 보유자도 5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제도화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을 법적 효력이 있는 증권 계좌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개정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사를 통한 유통을 허용한다.

관련 법은 하위법규 정비와 인프라 구축을 거쳐 2027년 2월 4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한자산운용의 이번 실증은 법제화 여부를 기다리는 단계라기보다 제도 시행을 약 6개월 앞두고 실제 시장 개설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금융당국도 구체적인 시장 설계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금융·핀테크업계 등이 참여하는 '토큰증권 협의체'를 구성하고 기술·인프라와 발행, 유통, 결제 등 4개 분야의 세부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는 기존 조각투자 상품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기존 정형화된 증권의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도 마련하기로 했다. 신한자산운용이 추진하는 초단기채펀드 토큰화 실증이 국내 제도 논의와 맞물리는 지점이다.

토큰화가 실제 펀드 시장에 적용될 경우 투자자가 체감할 변화는 거래·결제 인프라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발행과 보유, 거래 정보를 하나의 분산원장에서 관리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금융상품의 발행·관리 절차를 효율화할 여지가 있다. 다만 실제 거래시간 확대나 결제 속도 개선,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한지는 향후 국내 세부 제도와 결제 인프라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신한자산운용은 제도 시행 전까지 글로벌 파트너들과 발행·유통 구조를 검증하고 관련 인프라와 상품 설계 역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관련 법령과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현행 법체계에서 발행·유통할 수 있는 상품을 발굴해 자산운용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석원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파트너들과 함께 원화 표시 디지털 상품의 발행·유통 구조를 실증하겠다"며 "제도 시행에 맞춰 즉시 가동 가능한 검증된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원화 기반 디지털 금융상품 운용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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