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도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업계 최고 연봉

퇴직금 뺀 CEO 연봉 정태영 부회장 19억 4100만원 업계 최고
순이익 19% 감소, 업계 5위로 내려앉아도 배당 규모는 확대

황동현

robert30@naver.com | 2023-04-06 17:43:30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지난해 현대카드의 순이익이 뒷걸음 쳤음에도 카드업계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최고경영자(CEO)가 정태영 부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퇴직금을 제외한 지난해 7개 카드회사의 CEO 연봉은 정태영 부회장이 19억 4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가 18억 600만원,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9억 92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정 부회장은 지난해 급여 12억 9000만원에 상여 6억 3500만원을 받았다. 이외 정 부회장은 현대커머셜에서 18억 8200만원을, 현대캐피탈에서 특별공로금 74억 7300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아 총 보수로 112억 96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이사·감사의 1인당 평균 연봉도 현대카드가 가장 많았다. 현대카드는 이사·감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이 6억 9000만원으로 삼성카드(6억 2100만원), 신한카드(2억 4400만원), 롯데카드(1억 6200만원), 우리카드(1억 4900만원), KB국민카드(1억 4700만원), 하나카드(1억 3400만원) 순이었다.

반면 현대카드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2000만원으로 카드업계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카드가 가장 높아 1억 3900만원에 달했고 신한카드와 국민카드가 각각 1억 2700만원, 하나카드는 1억 1300만원, 우리카드는 9100만원, 롯데카드는 8900만원이었다. 회사 만족도를 보여주는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업계에서 가장 짧아 7.4년 이었다. 1위인 신한카드가 17.7년으로 가장 길었다. 이어 삼성카드와 국민카드의 평균 근속 연수도 각각 15.5년과 14.2년, 하나카드는 12.3년, 롯데카드는 9.7년, 우리카드 7.6년 순이었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실적부진에 시달렸음에도 CEO와 임원진의 높은 보수 수준은 직원들의 보수 수준과 격차가 컸을 뿐만 아니라 업황 악화에도 고금리 대출행태와 성과급 잔치로 비난을 받는 상황인 만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업 카드사 8곳 중 삼성·롯데카드·우리카드 등 세 곳만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현대카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153억원, 2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이 여신업무만을 영위하기 때문에 회사채(여전채)를 통해 전체 자금의 70%가량을 조달한다. 조달금리가 지난해 연말보단 많이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연체율도 증가한 만큼 카드사들은 올해 시장점유율 확보보단 내실 경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연체율(총채권 기준)은 1.2%로 전년 말(1.09%)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은 대폭 줄이고 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인 2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추세를 보이자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대카드는 배당 규모를 오히려 확대했다. 한편으로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배당금 지급이 필요하지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곳간을 채우는 대신 주주에게 돈을 푸는 모습이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대카드는 총 151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해 지난해 6월 약 9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이어 2월 초 결산배당으로 주당 380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주요주주인 푸본금융그룹이 약 302억원,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약 225억원, 현대커머셜이 180억원 등을 받았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과도한 배당 정책을 경계하며 지난 2021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배당액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2019년과 2020년 결산 기준으로 각각 60%의 현금배당 성향을 유지했다. 작년 2분기 누적 순이익을 기준으로 900억원의 중간 현금배당을 적용할 경우 현대카드의 배당성향은 57.8%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곳간을 채우는 대신 배당을 선택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경영진 보수를 지급한 현대카드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관측된다. 더구나 최근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은 대폭 줄이고 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추세를 보이자 비판의 목소리도 확대되고 있다. 메가경제는 현대카드에 문의했으나 입장을 듣지 못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기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는 생존을 위한 리스크관리 강화가 경영의 화두가 됐다"며 "과도한 성과급, 배당금 지급을 자제하고 자금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를 대비해 손실 흡수 능력 등 자본 건전성 강화에 나서는 것이 큰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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