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최윤범의 美 투자 vs 장형진·MBK의 견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의회 로비로 번졌다
美 핵심 광물 제련소 두고'워싱턴 전선'까지 확전
투자는 최윤범, 로비는 장형진? 美 광물 제련소 놓고 한미 권력 중심서 격돌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2-06 10:17:26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갈등이 국내를 넘어 미국 정치권으로까지 확전되는 모양새다.
최 회장이 주도한 미국 테네시주 대규모 핵심 광물 제련소 투자 프로젝트를 놓고 영풍·MBK 연합이 미 의회를 상대로 한 공식 로비 채널을 새로 구축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경영권 분쟁이 글로벌 자원 안보·미국 산업정책이라는 민감한 영역과 맞물리며 양측간에 ‘워싱턴 전선’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공개한 로비스트 등록 자료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KCIH)는 최근 미국 대형 로펌인 스콰이어 패이튼 보그스(Squire Patton Boggs)를 신규 로비스트로 선임했다.
이 로비 계약의 의뢰 주체로는 영풍·MBK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명시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로비 문서에 기재된 사항으로는 ‘테네시주 핵심 광물 제련소에 대한 외국인 투자’다. 이는 최회장이 주도해 추진 중인 최대 11조원 규모의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를 직접 겨냥해 ‘경영권 방어용’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 최윤범 회장 '미국에서 승리'로 평가받은 투자…영풍·MBK는 '경영권 방어용' 목적
해당 테네시주 제철소 건립 프로젝트는 단순한 해외 공장 설립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의 상징적 사업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국방부가 합작 법인에 직접 참여해 투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로 제철소 건립은 진행된다.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반응도 이례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투자 발표 직후 이를 ‘미국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고 테네시주가 지역구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경제 안보를 회복하려는 대통령의 정책이 현실화된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JD 밴스 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핵심 광물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콥 헬버그 국무부 차관 역시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범 사례”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영풍·MBK 연합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미국 정부를 ‘백기사’로 끌어들였다며 해당 투자의 배경과 의사 결정 과정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이번 로비스트 선임을 계기로 테네시 프로젝트의 외국인 투자 적절성·지배구조 문제를 미 의회와 행정부에 적극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 장 회장 측 "제철소 투자 자체는 찬성… 최대주주로서 목소리 낼 권리"
이와 관련해 장형진 영풍 회장 측은 ‘투자 반대’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장 회장 측은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제련소를 설립하는 것 자체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해당 사업이 갖는 전략적 가치 역시 인정한다”며 “문제는 투자 방식과 지분 구조,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의사 결정의 투명성”이라는 점을 꼽았다.
특히 미국 정부가 지분 선순환 구조를 통해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풍 측은 “MBK가 미국 로비스트를 고용한 것은 미국 로비 관련 법률에 완전히 부합하는 합법적 행위이며 MBK 단독 주체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 회장 측 역시 이미 로비스트를 고용해 월 수십만 달러의 비용을 지출해 왔다”며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그리고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로서 미국 제철소 설립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 ‘법정 싸움’에서 ‘정치·외교 무대’로… 분쟁 수위 더 높아질 듯
업계에서는 이번 로비스트 선임을 경영권 분쟁의 성격이 한 단계 격상된 신호로 해석한다.
그간 분쟁의 무대가 주주총회, 법원, 금융당국이었다면 이제는 미 의회와 행정부를 아우르는 정치·외교 영역까지 확장됐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핵심 광물 정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어느 한쪽의 문제 제기가 실제 정책 변수로 작용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며 “최 회장의 ‘글로벌 투자 스토리’와 영풍·MBK 측의 ‘지배구조 문제 제기’가 정면 충돌하는 구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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