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MR 시장 커진다…국내 건설사 차세대 원전 사업 ‘속도’

북미·유럽·아시아서 개발 확대…2050년 120GW 전망
투자·업무협약 넘어 공동개발·표준화 설계로 진전

정태현 기자

jth1992@magaeconomy.co.kr | 2026-09-04 09:58:04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소형모듈원전(SMR)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늘고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충족할 안정적인 발전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글로벌 원전 기술기업과 손잡고 유럽과 북미, 아시아에서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지분투자와 업무협약 중심이던 협력도 공동개발과 표준화 설계, 설계·조달·시공(EPC) 참여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현장을 표현한 가상 이미지 [이미지=AI 생성]

◇ 2050년 120GW 전망…전력 수요 증가에 시장 확대

SMR은 통상 전기출력 300메가와트(MW) 이하인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기존 대형 원전 발전용량의 약 3분의 1 이하 규모다.

SMR은 주요 설비와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로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할 수 있으며 사업 여건에 따라 원자로를 단계적으로 추가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과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

SMR 시장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세계적인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시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운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적은 원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국이 발표한 에너지·기후 정책을 이행하는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에 1000기 이상의 SMR이 배치될 것으로 내다봤다. 총 발전용량은 120기가와트(GW), 누적 투자액은 67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SMR 사업은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동시에 구체화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GE버노바히타치뉴클리어에너지(GVH)의 BWRX-300 초도호기 건설이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도 여러 사업이 설계·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러시아는 해상 SMR을 상업 운전 중이며 중국도 실증과 상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책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SMR 전략을 채택하고 2030년대 초 첫 상용 SMR을 가동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U 내 SMR 발전용량은 2050년 17~53GW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노후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대체하면서 산업용 전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낮춰야 하는 유럽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건설사들이 시장 형성 단계부터 원전 기술기업과 손잡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SMR은 같은 표준설계를 여러 사업에 반복 적용할수록 건설비와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초기 사업의 설계와 시공 방식,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면 후속 원전의 EPC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발전소 설계와 모듈화 시공, 기자재 조달, 대형 프로젝트 관리 경험을 갖춘 국내 건설사에는 기존 플랜트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 삼성물산, 스웨덴서 1.2GW 공동개발…유럽 진출 확대

삼성물산은 지난 3일 스웨덴 원자력 전문기업 스투드스빅, 미국 원전 기술기업 GVH와 스웨덴 신규 원전 사업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스웨덴 사업은 GVH의 300MW급 BWRX-300 원자로 4기를 설치해 총 1.2GW의 발전용량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다. 첫 원자로 상업운전 목표 시점은 2030년대 중반이다.

스투드스빅은 1947년 설립된 스웨덴 원자력 전문기업이다. 원전 운영 지원과 해체, 방사성폐기물 관리, 원자력 소프트웨어 등의 서비스를 20여 개국에서 제공하고 있다. GVH는 GE버노바와 일본 히타치가 설립한 원전 기술기업으로 BWRX-300의 원자로 설계와 인허가 지원을 담당한다.

스투드스빅은 사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부지 확보, 스웨덴 정부·지역사회 협의를 주도하고 삼성물산과 GVH는 공동 EPC 파트너로 사업 초기부터 설계와 사업 수행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사업 대상지는 스투드스빅이 원자력 시설을 운영하는 뉘셰핑 부지와 발데마르스비크의 말마 부지 가운데 개발 과정에서 결정된다. 삼성물산과 GVH는 지난해 10월 BWRX-300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으며 이번 스웨덴 사업은 양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첫 프로젝트다.

이번 공동개발협약은 일반적인 업무협약보다 한 단계 구체화된 합의다. 각 사의 역할과 독점적 협력 기간을 정하고 상업·기술·인허가·금융 분야의 공동개발에 즉시 착수한다.

삼성물산은 2021년 미국 SMR 개발사 뉴스케일에 투자한 데 이어 루마니아 도이세슈티 SMR 사업의 기본설계에도 참여하며 SMR 사업 경험을 쌓아왔다. 지난해에는 루마니아 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철강복합구조 모듈 실증도 마쳤다.

◇ 현대건설, 미국 SMR 초도사업 참여…후속 원전 협력 강화

현대건설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미국 테라파워와 차세대 원전 사업을 위한 기본협약을 맺고 테라파워가 추가로 계획하는 최대 8개 나트륨 후속 호기의 EPC 파트너 권한을 확보했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전은 액체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345MW급 소듐냉각고속로(SFR)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시하는 300MW 이하 SMR 기준보다는 발전용량이 크지만 모듈형 4세대 원전이라는 점에서 차세대 원전 사업으로 분류된다.

현대건설은 이외에도 홀텍과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 부지에 300MW급 SMR-300 원자로 2기를 배치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장 맞춤 설계와 사업 관리에 참여하며 홀텍의 SMR 사업 협력 범위를 미국에서 세계시장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 대우건설, 한국형 기술 바탕으로 해외 복합개발 모색

대우건설은 한국형 SMR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한국형 SMR인 스마트(SMART) 표준설계인가 사업에 참여했으며 한국수력원자력과 혁신형 SMR 개발을 협의하고, 한전KPS와 설계·시공·운영·정비·해체 분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왔다.

최근에는 해외 정부를 대상으로 SMR과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사업을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개발사에 SMR,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발전소, GW급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조성하는 융복합 개발 모델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측은 사업 추진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현재 단계는 구체적인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제안과 협의에 가깝다. 대우건설은 향후 현지 개발사업과 에너지 인프라 역량을 연계해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 DL이앤씨, 엑스에너지 투자 이어 SMR 표준화 설계 수주

DL이앤씨는 SMR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넘어 실제 설계 업무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했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엑스에너지와 1000만달러 규모의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설계 완료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표준화 설계는 원자로와 발전소 내 주요 설비의 연결 방식과 시공 기준을 정해 후속 사업에 반복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DL이앤씨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SMR 개발사로부터 대가를 받고 표준화 설계를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L이앤씨는 2023년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4월 엑스에너지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 보유 지분 가치도 상승했다. 회사가 공개한 지난 4월 기준 보유 지분 가치는 약 1720억원이다.

현재 SMR 분야에서 건설사별 사업 단계와 진출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물산은 해외 공동개발과 EPC 참여, 현대건설은 북미 초도사업과 후속 원전 파트너십, 대우건설은 한국형 기술개발과 해외 사업 발굴, DL이앤씨는 투자와 표준화 설계에 각각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다수 사업이 개발과 설계·인허가 단계에 있는 만큼 건설비 절감과 공기 단축 효과를 실제 사업에서 입증하는 과정은 남아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현재 확보한 파트너십과 설계 경험을 본계약과 수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SMR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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