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피처] 최윤범 회장, 캐나다 찍고 호주로…고려아연 '핵심광물 新지도' 그린다
프로젝트 크루서블 앞세워 북미 공급망 공략…캐나다 자원·미국 제련 허브 연결
호주 총리·퀸즐랜드 수상 연쇄 회동…'온산·SMC·크루서블' '제련 삼각축' 본격화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7-06 10:34:41
핵심 광물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정·제련해 공급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메가경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넘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전략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경쟁력과 최윤범 회장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역할과 성장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메가경제= 박제성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캐나다에 이어 호주까지 글로벌 자원 강국을 잇달아 찾으며 핵심광물 공급망 외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중심축으로 캐나다의 풍부한 광산 자원과 호주의 제련·재생에너지 기반을 연결해 북미와 호주를 잇는 핵심광물 공급망의 전략적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최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한·캐나다 에너지 자원 공급망 협력 포럼에 참석해 핵심광물 분야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최근 호주에서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데이비드 크리사풀리 퀸즐랜드주 수상 등을 만나 핵심광물 밸류체인 고도화와 제련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해외 사업 점검을 넘어 고려아연이 확보한 제련 기술과 자원순환 역량을 앞세워 한국·미국·캐나다·호주를 연결하는 핵심광물 공급망의 ‘허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고도 제련 기술과 해외 자회사인 호주 썬메탈코퍼레이션(SMC) 운영 경험, 미국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결합해 글로벌 경제안보 흐름 속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 최 회장, 캐나다서 꺼낸 키워드도 통합 제련소 '프로젝트 크루서블'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전략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한 민관합동경제사절단에 함께 참여했다.
강 실장은 산업통상부·외교부와 에너지·자원·공급망·첨단산업 분야 기업 및 단체들과 함께 캐나다를 찾았으며 양국 간 에너지·공급망·첨단산업 협력 확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2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한·캐나다 에너지 자원 공급망 협력 포럼’ 연사로 나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을 위한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소개하며 이 사업이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전역의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통합 비철금속 제련 허브 구축 사업이다.
고려아연은 이 사업을 통해 구리, 은,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핵심광물 11종과 반도체용 황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사업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알려졌으며 2030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최 회장은 이 사업에 대해 “온산제련소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축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 허브”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단순히 미국 내 생산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광산업계와 원료 조달·잔재물 재처리·유가금속 회수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북미 전체의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최 회장이 주목한 캐나다 광산 자원과 고려아연 제련 기술의 결합
최 회장이 캐나다에서 특히 강조한 대목은 ‘원료 확보’와 ‘자원순환’이다. 캐나다는 아연, 니켈, 리튬, 희토류 등 핵심광물 자원이 풍부한 국가다.
반면 한국은 광물 자원은 부족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정제 기술을 갖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이러한 상호보완 구조를 활용하면 한국과 캐나다가 단순한 원료 거래를 넘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의 공동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고려아연은 캐나다 광산기업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 대표 광산기업인 텍리소스(Teck Resources)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아연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연간 약 10만톤 규모의 아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30년 본격 운영이 예상되는 유콘주 ‘커즈 제 카야(Kudz Ze Kayah)’ 광산과도 아연 정광 오프테이크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 계약이란 아직 생산되지 않은 원료나 제품을 미래에 일정 물량을 구매하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장기 구매계약을 의미한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캐나다 제련소에서 발생하는 고품위 제련 잔재물을 재처리하는 방식의 협력 가능성도 제시했다.
제련 잔재물에는 일반적인 공정으로는 회수하기 어려운 유가금속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이를 다시 처리해 핵심광물을 뽑아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안티모니, 인듐, 게르마늄 등 전략광물의 추가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온산제련소는 광산에서 들여온 정광뿐 아니라 제련 잔재물과 재활용 원료 등 2차 원료를 활용해 핵심광물을 생산하고 있다.
은과 구리는 정광이 아닌 2차 원료를 활용해 생산하고 있으며 구리는 100% 재활용 원료 기반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연 생산량의 22%, 연 생산량의 26%도 재활용 원료 기반이다. 안티모니와 인듐 등 첨단·방위산업에 필요한 전략광물 역시 제련 잔재물에서 회수하고 있다.
◆ 최 회장, 캐나다 이어 호주행…총리 만나 공급망 협력 논의
최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캐나다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호주 출장길에 올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예방과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와 제련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호주 캔버라 총리 집무실에서 앨버니지 총리와 만나 핵심광물 밸류체인 고도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호주는 고려아연에 각별한 의미가 있는 시장이다. 고려아연은 1996년 호주에 SMC을 설립한 후 약 30년간 현지에서 제련 사업을 운영해 왔다.
최 회장 역시 과거 SMC 최고경영자로 근무하며 현장 운영 경험을 쌓았다. 실제 고려아연은 SMC를 통해 호주에서 제련 사업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호주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SMC 사례가 주요하게 언급됐다. 현지에서는 호주 내 다수 제련소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SMC가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앨버니지 총리는 고려아연의 호주 내 운영 역량과 지역사회 이해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호주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카드를 다시 꺼냈다. 미국 정부와 함께 추진 중인 통합 제련소 모델을 호주 정부와 공유하며, 핵심광물 자원국이 단순 채굴에 머무르지 않고 제련·정제·재활용까지 포함한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호주 정부가 추진하는 제조업·에너지 안보 정책과 고려아연의 제련·재생에너지·그린수소 사업 구조가 맞물릴 수 있다는 점도 협력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 최 회장, 호주 퀸즐랜드까지 협력 보폭 확대
최 회장은 호주 연방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최근 호주 현지에서 데이비드 크리사풀리 퀸즐랜드주 수상과도 만나 핵심광물 생산 확대와 현지 광산·제련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퀸즐랜드주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재생에너지 개발 여건도 좋아 고려아연의 제련·재활용·그린수소 사업과 접점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호주가 단순한 해외 생산거점이 아니라 향후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서 중요한 전략 거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호주는 풍부한 광산 자원과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고 고려아연은 제련·정제·잔재물 재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이 협력할 경우 핵심광물 원료 확보부터 친환경 제련, 재활용, 그린수소 기반 에너지 전환까지 연결되는 산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이 본격화되면 고려아연의 아연 정광과 각종 핵심광물 원료 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캐나다와 호주에서 안정적인 원료 조달망을 확보하고 미국에서 고도 제련과 전략광물 생산을 수행하는 구조가 갖춰지면 고려아연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한층 강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 최 회장의 제련 삼각축…'온산제련소·SMC·크루서블 프로젝트'
고려아연의 전략은 크게 세 축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울산 온산제련소다. 온산제련소는 고려아연의 기술적 뿌리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역량이 축적된 곳이다.
이곳에서 고려아연은 아연, 연, 구리, 은, 금뿐 아니라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 다양한 핵심광물을 회수하는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두 번째는 호주 SMC다. SMC는 고려아연의 해외 제련 사업 경험이 축적된 현장이다.
최 회장은 SMC 운영 경험을 통해 현지 정부, 지역사회, 직원들과의 관계 구축이 글로벌 제련 사업의 핵심이라는 점을 체득했다. 고려아연은 이 경험을 미국 프로젝트 크루서블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는 미국 프로젝트 크루서블이다. 고려아연은 기존 니어스타USA 제련소에 대한 자산 인수를 마무리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크루서블 징크와 관련 계열사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최 회장은 프로젝트 크루서블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 회장 직속 조직을 신설해 현지 제련소와 신규 부지 점검에도 나섰다. 고려아연은 올해 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으로 2027년 착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세 축이 연결되면 고려아연은 한국의 기술, 호주의 운영 경험, 캐나다의 광산 자원, 미국의 정책 지원을 결합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비철금속 제련 회사를 넘어 경제안보 시대에 필요한 전략광물 공급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장되는 셈이다.
◆ 최 회장,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속 존재감 확대
최근 글로벌 핵심광물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방위산업,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설비 등에 필요한 광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각국은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고려아연의 경쟁력은 ‘광산을 보유했느냐’보다 ‘광물에서 얼마나 다양한 금속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느냐’에 있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 기업이지만 제련 과정에서 버려질 수 있는 잔재물과 재활용 원료에서 유가금속을 뽑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캐나다와 호주는 자원 부국이지만, 제련·정제·재활용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원은 부족하지만 고도 제련 기술을 보유중이다. 최 회장이 캐나다와 호주를 잇달아 찾은 것은 이러한 상호보완 구조를 실제 사업 협력으로 전환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캐나다 자원기업과 광산 프로젝트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핵심광물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료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며 “캐나다 역시 공급망 안정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양국 간 건설적인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미국 내 인허가와 전력 공급, 현지 인력 확보, 원료 조달, 정부 지원 등 복합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여기에 캐나다 광산기업과의 협력, 호주 정부와의 공급망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고려아연의 해외 네트워크 구축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고려아연이 핵심광물 시대의 공급망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이어 “과거 고려아연이 아연과 연 중심의 제련기업이었다면 향후 전략광물, 재활용, 친환경 제련, 그린에너지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자원 플랫폼 기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