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공정위 '브랜드값' 칼끝, 한화·CJ 향하자…재계 "표적조사 아니냐"
재계 "선별 조사 아닌 일관된 잣대 필요"
NCND로 입 닫은 공정위…재계 "불확실성만 키운다""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7-10 11:23:14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최근 한화와 CJ의 상표권(브랜드) 사용료 수익 구조를 들여다보면서 재계 안팎에서 주요 대기업 조사 대상 선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브랜드 사용료가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지주회사로 흘러가는 구조에 대한 점검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전수 조사가 아닌 일부 기업 중심의 선별 조사로 진행될 경우 ‘표적(타겟) 조사’라는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한화와 CJ 등 특정 그룹에 우선 집중되는 데 대해 우려한다고 주장한다. 상표권 사용료 규모가 큰 대기업 집단은 한화와 CJ 외에도 다수 존재하는 만큼 동일한 기준이라면 전체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한 비교 조사나 명확한 선정 기준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표권 사용료는 ▲업종 ▲브랜드 인지도 ▲계열사 수 ▲해외 사업 비중 ▲광고비 부담 구조 등에 따라 '브랜드 사용료 산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는 재무제표 항목에서 '무형자산' 거래다.
특히 단순히 사용료율이나 수취 금액만 비교해 '내부거래 관련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조사 기준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상표권 사용료는 기업집단 내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래다.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회사가 그룹 상표를 관리하고, 계열사들이 해당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브랜드 가치가 계열사 영업에 도움을 주는 만큼 사용료를 내는 구조 자체는 일반적인 무형자산 거래로 볼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표권 사용료는 대부분이 주요 대기업에 속하는 그룹이 운영하는 일반적인 지주회사 수익 구조 중 하나”라며 “근거 제시를 먼저 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만 먼저 조사하는 방식은 자칫 표적 조사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을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선을 그었다.
최근 한화와 CJ 기업만 공정위 조사를 하고 그 외 국내 주요 대기업은 이번에 조사를 하지 않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공정위 기업집단국 정선기 내부거래 과장은 “공정거래 조사 여부는 공정위 내부 지침상 NCND(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뜻) 원칙에 근거해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 브랜드값 논란…"전수조사냐 기준공개냐" 공정위의 선택 주목
재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기조와 배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공정경제와 규제 합리화를 국정 운영의 주요 방향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공정위가 명확한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조사에 나설 경우 규제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투명하고 합리적인 규제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만을 특정해 조사하는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상표권 사용료 문제가 대기업 집단 전반의 제도적 쟁점이라면 전수조사 또는 명확한 기준에 따른 단계적 조사가 병행돼야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이 한화와 CJ만의 문제로 끝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상당수가 그룹명과 로고,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계열사 영업 활동에 활용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지주회사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 SK㈜, 계열사서 브랜드값 3692억…지주사 현금창구냐, 주주 이해상충이냐?
다만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외부 기업 간 거래가 아닌 같은 그룹 내부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히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회사에 총수 일가 지배력이 집중돼 있고, 사용료를 내는 계열사 중 상당수가 상장사라면 이해관계는 복잡해진다. 지주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이지만, 계열사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 밖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SK그룹 지주사 SK㈜의 상표권 사용수익이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는 2025년 기준 계열사들로부터 약 3692억원의 상표권 사용수익을 거뒀다. 이는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이 ‘SK’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주사에 지급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SK㈜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수익은 3조6123억원이다. 이 중 상표권 사용수익은 전체 영업수익의 약 10%를 차지한다.
SK㈜가 IT서비스 사업도 함께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금액 자체만 놓고 보면 국내 주요 지주회사 가운데 상당히 큰 규모에 속한다.
SK그룹은 통신, 에너지, 반도체,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SK’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 접점이 큰 통신·에너지 계열사는 물론 기업 간 거래 중심의 반도체·소재 계열사도 글로벌 시장에서 SK 브랜드를 활용한다.
때문에 SK㈜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사용료는 배당수익과 함께 지주회사의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중 하나인 셈이다.
계열사가 그룹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는 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이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수익원이고, 그룹 브랜드 관리 비용을 충당하는 재원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반면 계열사에는 상표권 사용료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상표권 사용료는 일반적으로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 등을 제외한 금액에 일정 요율을 적용해 산정되며, 영업비용으로 반영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주회사와 계열사 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주회사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수익원이지만, 계열사에는 영업비용으로 반영돼 수익성과 주주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그룹 내 자금 이동으로 볼 수 있지만, 상장 계열사에는 일반 주주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내부거래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상표권 사용료가 과도하거나 산정 근거가 불투명할 경우 계열사의 이익이 감소하고, 결국 소수주주의 권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그룹의 동일인은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상표권 사용료가 최 회장 개인에게 직접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룹 계열사들이 지급한 브랜드 사용료는 지주회사인 SK㈜의 매출로 인식되며, 이를 통해 SK㈜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브랜드 사용료 거래 자체는 이례적인 구조가 아니다. 국내 주요 지주회사들은 그룹 상표권을 보유한 뒤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방식을 폭넓게 채택하고 있다. 다만 논란의 핵심은 거래의 존재가 아니라 사용료 산정 기준과 의사결정 절차의 투명성이다. 브랜드 가치에 부합하는 수준인지, 외부 검증과 이사회 심의를 거쳤는지 등이 거래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그룹 브랜드가 계열사의 영업활동에 기여하는 만큼 무형자산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총수의 지배력이 미치는 지주회사와 상장 계열사 간 거래인 만큼 일반 내부거래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사용료 산정 방식과 이사회 승인 절차가 명확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CJ·한화 찍은 공정위 칼끝…재계 "브랜드값 기준부터 공개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CJ그룹의 상표권 사용료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쟁점은 CJ 계열사들이 'CJ' 브랜드 사용 대가로 지주회사에 지급한 사용료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됐는지, 특수관계인 간 거래 과정에서 부당한 내부거래 소지가 있었는지 여부다.
CJ그룹은 식품과 유통, 물류,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자 접점이 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만큼 계열사들이 브랜드를 활용해 얻는 경제적 효과도 큰 편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브랜드 가치 평가와 사용료 산정 과정이 다른 기업보다 더욱 복잡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방산과 에너지,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사업에서 그룹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어 동일한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재계는 브랜드 사용료율을 기업 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업 포트폴리오와 계열사 구성, 해외사업 비중, 브랜드 활용 방식, 광고선전비 부담 구조, 브랜드 관리 비용 등이 기업마다 달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의 적정성은 단순히 요율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사업 구조와 브랜드 기여도, 산정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왜 이 기업만?"…NCND 뒤에 숨은 공정위, 커지는 표적조사 논란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특정 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만 조사할 경우 결과와 관계없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일한 형태의 브랜드 사용료 거래가 다수 대기업집단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일부 기업만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왜 특정 기업만 조사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가 조사 여부에 대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 원칙을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사 대상 선정 기준과 범위, 향후 확대 가능성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기업들이 규제 리스크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내부거래 점검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어떤 거래가 규제 대상이 될지 판단하기 어려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공정위는 조사 보안과 피조사 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해 개별 사건의 조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사 착수 사실이나 대상 기업이 공개될 경우 시장에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하거나 조사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계는 개별 사건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이나 심사 원칙 등 큰 방향성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사 기준이 불투명할 경우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상표권 사용료 거래 자체가 아니라 적정성 검증에 있다고 본다. 지주회사가 그룹 브랜드를 보유하고 계열사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구조는 일반적인 거래 방식이지만, 그 대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산정됐는지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상표권 사용료는 지주회사의 정당한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계열사에는 비용으로 반영되는 만큼 객관적인 산정 근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 여부, 사용료율 산정 기준, 이사회 승인 절차, 이해관계자 거래에 대한 내부 통제 장치 등이 적절하게 마련됐는지가 적정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 공정위 칼끝 어디까지 가나…"전수조사냐 선별조사냐" 재계 촉각
시장에서는 이번 논란이 대기업집단 전반의 브랜드 사용료 공시 강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기업들은 특수관계인 거래와 영업수익 등을 공시하고 있지만, 브랜드 사용료의 산정 방식과 결정 절차를 투자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사용료율 산정 근거와 브랜드 가치 평가 방식, 이사회 심의 과정 등 핵심 정보의 공개 수준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표권 사용료는 지배구조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 경영자문료, 임대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계열사 자금이 지주회사로 이전될 수 있다. 이 가운데 브랜드 사용료는 무형자산 가치 평가를 전제로 하는 만큼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규제당국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개별 기업 조사보다 제도적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상표권 사용료 문제를 점검하려면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접근하기보다 판단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사용료 산정 방식과 이사회 승인 절차, 외부 평가 여부 등을 공통 기준으로 점검하거나 단계적인 조사 원칙을 공개하면 형평성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가 구체적인 제보나 이상 거래 징후를 토대로 개별 조사에 착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전수조사가 아니더라도 조사 필요성은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 같은 경우에도 조사 대상 선정 기준과 제도적 취지를 시장에 어느 정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사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규제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사용료의 적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갖춰야 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며 "브랜드 가치 평가 보고서와 외부 컨설팅 결과, 사용료율 산정 근거, 광고선전비 부담 구조, 이사회 의사록 등이 향후 핵심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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