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NA 잃은 에스원"…행동주의 펀드의 정면 도전

"주가 인버스 보상" 폭로까지…에스원 거버넌스 논란 확산
업계 1위 에스원의 굴욕…기업가치, SK쉴더스 절반도 안 돼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6-24 09:47:30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보안업계 1위 에스원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정면 도전에 직면했다. 싱가포르계 투자회사 FCP(Flashlight Capital Partners)가 에스원을 향해 "삼성 거버넌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대적인 경영 쇄신을 공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 1위 기업을 상대로 한 이례적인 공개 압박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FCP는 24일 에스원 이사회에 전달한 공개서한과 주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5대 제안을 발표했다. 제안에는 △3개년 목표주가 제시 △5개년 사업 비전 공개 △잉여현금 활용 방안 수립 △주주와의 투명한 소통 강화 △상법 취지에 부합하는 이사회 개편 등이 담겼다.

 



FCP가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린 것은 에스원의 황당한 저평가 실태다. 국내 보안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임에도 EV/EBITDA 기준 기업가치가 경쟁사인 SK쉴더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업계 1위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2위 사업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은 삼성그룹 거버넌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시장 지배력에 걸맞은 기업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직격했다.


성장 전략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보안 본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드론 보안, 실버케어, 사이버보안 등 신사업 진출마저 지지부진하고, 장기 성장 비전은 시장에 사실상 실종됐다는 비판이다.


FCP의 비판 수위는 주주환원 문제에서 더욱 날카로워졌다. 에스원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에 달하지만, 이 막대한 현금이 낮은 수익률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같은 주주가치 제고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FCP는 "지난 10년간 코스피 지수가 크게 상승하는 동안 에스원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며 "현금 축적보다 적극적인 자본정책이 절실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거버넌스 문제에 대한 FCP의 비판은 가장 신랄했다. 지난 25년간 에스원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삼성그룹 출신으로만 채워졌으며, 보안산업 전문 경영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현 정해린 대표 역시 급식사업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전문성 중심의 경영진 선임을 촉구했다.


FCP는 과거 공시 자료를 근거로 일부 CEO의 보상체계가 주가 성과와 아예 연동되지 않았다고 폭로하며 "주가가 하락할수록 보상이 늘어나는 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기 어려운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FCP는 거버넌스 개선이 이뤄질 경우 에스원 주가가 단기적으로 현재 수준의 두 배, 중장기적으로는 최대 6배까지 재평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삼성의 신경영 정신이었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혁신 DNA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상법 체계 아래 전체 주주 이익을 고려하는 이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원 측은 FCP의 공개 제안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영 참여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공개 압박이 삼성 계열사 거버넌스 개선 논의에 불을 지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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