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땀 흘리고, 배당은 본사로… 페르노리카 파딜 타쉬긴 대표만 '방긋'

"곰은 한국, 과실은 프랑스로… 페르노리카의 배당 공식"
순이익 대부분 본사로… 재투자·경쟁력 약화 우려

정호 기자

zhdyxp56@gmail.com | 2025-12-18 15:51:00

[메가경제=정호 기자] 국내 위스키 수입사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최근 실적 둔화 국면에서도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 재투자 축소와 중장기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해외 주류 기업들은 국내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ESG 활동이나 브랜드 강화, 조직 안정화 등에 재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 상당 부분을 본사 배당으로 집행하고 있어, 사업 지속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사진=페르노리카코리아>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페르노리카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월 1일부터 2025년 6월 30일까지 매출 1207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회계기간 대비 각각 31%, 7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57억원으로, 전기 대비 86% 줄었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686억원으로 전기 대비 감소했으나, 매출 감소 폭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회사는 올해 순이익의 약 98%에 해당하는 56억원을 배당으로 집행했다. 지난해에도 409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2021년부터 90%를 웃도는 배당 성향이 이어지면서, 회사의 현금 유동성과 중장기 재무 전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현금흐름표를 보면 현금성 자산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각각 167억원, 85억원으로 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시장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주력 제품인 로얄살루트와 발렌타인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했지만, 수요 둔화를 반전시키기에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위스키 수입액은 약 1억4875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앞서 위스키 수입량은 하이볼 열풍이 불던 2022년 2만톤대, 2023년 3만톤 수준까지 확대됐으나, 최근에는 업황 둔화로 인해 수입사 전반이 비용 효율화와 사업 구조 재검토에 나서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7월 파딜 타쉬긴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신임 대표의 주요 과제로 위스키 사업의 실적 회복과 시장 대응 전략 재정립을 꼽고 있다. 다만 실적 부진 국면에서 이어진 고배당 정책을 두고, 경영 전략의 우선순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당 정책은 주주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지만, 시장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사업 안정성과 재투자 계획에 대한 설명이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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