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감정가 부풀려 100억대 부당대출···농협 내부통제 '구멍'
김해시 한 단위 농협에서 감정가 부풀려 100억원대 부당대출
가족, 지인 등 명의 빌려 대출금 착복...채권회수 난망
관리 감독할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황동현
robert30@naver.com | 2023-03-29 18:44:52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감정가를 부풀려 100억대 부실대출이 발생한 농협에 내부통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김해시 한 단위 농협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이를 관리 감독할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제멋대로 승인된 대출이 결국 부실채권으로 돌아오면서 해당 농협의 재산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해중부경찰서는 감정가를 부풀려 대출을 실행해 이를 빼돌린 혐의로 30대 A씨 등 일당 1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 의견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김해시 한 단위 농협에서 토지 감정가를 부풀려 매매가보다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키고 이를 받아 채는 수법을 썼다.
내부 제보자 등에 따르면 이들은 소유권 이전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토지의 지목이 ‘전’이나 ‘답’임에도 불구하고 비교 표준지를 가치가 더 높은 인근 ‘대지’로 삼았다. 미리 받아놓은 건축허가 등을 토대로 미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임의 평가해 감정가를 부풀렸다.
일례로 이들이 부당대출을 받은 경남 거제시 한 토지는 2015년 6월 1억1400만원에 토지가 매매됐음에도 감정 평가금액은 10억8400여만원이 잡혀 실제 대출은 평가금액의 80%인 8억6500만원이 실행됐다. 이들이 이렇게 일으킨 대출 금액은 경찰이 파악한 것만 약 130억원에 달한다.
이번 부당 대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농협과 조합원들이 떠안게 됐다. 이 채권들은 경매 등으로 회수 절차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승인 난 금액만큼 회수할 수 없어 대다수 회수되지 못할 상황에 처해있다.
지역 단위농협에서 부당 대출이 일어났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는 2021년 4월 말 이번 사건이 일어난 농협에 대해 5일 동안 감사를 실시해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에 감사 결과를 전달했다. 사건이 발생하진 5년이 지난 2021년에서야 문제를 발견해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때는 이미 부당 대출로 이뤄진 금액이 대부분 부실 채권이 돼 피해 금액이 커진 뒤였다.
2017년 10월에는 한 제보자 민원으로 농협 경남본부에서 감사관이 내용을 살폈지만, 자체적으로 처리하라는 말만 전해 공식적인 결과 통지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허술했던 관리, 감독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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