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맥아 관세' 법적 다툼… "쿼터제 실효성 논란 불붙여"
국산화율 '제로' 맥아에 쿼터 적용… 수입 의존 외면한 규제에 업계 반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건 이중 규제"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5-06-19 10:02:31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오비맥주가 900억 원대 맥아 관세 회피 혐의로 법적 다툼에 돌입하면서, 그 파장이 단순한 조세 문제를 넘어 현행 관세·쿼터제의 실효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맥아에까지 쿼터제를 적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를 벗어난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번 사안은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오비맥주 직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A씨는 맥아 수입 구매를 담당한 인물로, 관세청은 오비맥주가 쿼터 초과 물량을 분산 수입 방식으로 반입해 고율 관세를 회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는 조세심판을 청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맥아의 ‘국산화율 0%’라는 사실에 있다. 맥아는 보리를 발아시켜 제조하는 맥주 원료로, 국내에는 이를 산업적으로 가공·생산할 기반이 전무하다. 재배되는 보리는 대부분 식용 또는 사료용이며, 맥주용 맥아는 품종, 품질, 발아 조건 등이 달라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연간 25만30만 톤의 맥아를 호주,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내 농업 보호’라는 명분 하에 TRQ(저율관세할당제도)를 맥아에도 적용하고 있다.
승인받은 쿼터 물량에 한해서만 30%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초과 수입분에 대해서는 세율이 최대 269%까지 높아진다.
문제는 쿼터 물량이 업계의 실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맥주 시장은 연간 약 2억 리터 이상이 유통되며, 이를 위해 수입 맥아 수요는 상시적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만들 수 없는 원재료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건 이중 규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류 업계에서는 “쿼터제가 실질적 농민 보호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수입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켜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맥아의 경우, 국산 대체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쿼터제 유지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맥아는 WTO 농산물 시장 개방 당시부터 쿼터 적용 대상에 포함된 품목이다. 하지만 그 이후 수급 구조와 산업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보리를 국내에서 일정 수준 생산하고 있다 하더라도, 맥아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나 기술 기반이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쿼터 적용은 행정 편의적 정책 운영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자국 내에서 맥아 생산이 가능한 기반을 갖춘 상태에서 쿼터제를 병행하지만 한국은 실질적으로 선택지가 없는 구조”라며 “쿼터 물량 확대, 특정 품목 면세 전환 등 유연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류산업은 수입 원료와 글로벌 공급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해 관세와 쿼터는 과거 고정된 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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