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올라탄 삼성·SK, 조선 잡은 HD현대…‘돈 되는 산업’이 그룹 운명 갈랐다
반도체·방산·전력기기 삼각편대 구축한 그룹들…수익성·재무 체력 동반 개선
석화·철강·배터리 공급과잉 직격탄…사업 재편 속도전 불가피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9-21 09:37:16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주요 그룹의 희비가 사업 포트폴리오의 방향성에서 갈리고 있다. 과거에는 외형 확대가 그룹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AI 반도체·조선·방산·전력 인프라 등 성장 산업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실적과 재무 체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기업평가가 공개한 ‘2026년 주요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 및 재무역량 분석’에 따르면 삼성·SK·HD현대그룹 등은 주력 사업이 산업 사이클과 맞물리면서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이 동시에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롯데·포스코·LG그룹은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등 공급 부담이 지속되는 업종 비중으로 인해 사업 환경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반도체 중심 그룹에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이 그룹 전체 실적 회복을 이끌었고, SK그룹 역시 반도체 사업 개선 효과가 석유화학·이차전지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SK그룹은 단순히 주력 사업 회복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자구 계획을 통해 차입 부담도 낮추면서 재무 안정성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불황 업종을 보유했더라도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는지가 그룹 체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방산 잡은 한화·HD현대…수주가 재무 체력으로
조선과 방산 중심 그룹도 존재감을 키웠다.
한화그룹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 부진에도 조선·방산 부문의 수주 확대를 바탕으로 이익 창출력을 높였다. HD현대그룹 역시 조선 업황 회복과 AI 기반 전력기기 수요 증가에 힘입어 그룹 전체 마진율이 개선됐다.
특히 HD현대그룹은 주력 사업 호조에 따른 차입금 감소로 재무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그룹으로 평가됐다.
과거 조선업 침체기에 부담으로 평가받던 사업이 이제는 그룹의 현금 창출원으로 역할이 바뀐 셈이다.
◆석화·철강·배터리 의존 그룹 ‘체질 개선’ 시험대
반대로 기존 주력 산업의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는 그룹들은 사업 재편 압박이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음식료와 유통 사업의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과 건설 업황 부진 영향으로 비우호적 사업 환경에 놓였다. 포스코그룹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과 전방 수요 둔화가 철강 사업 부담으로 작용했다. LG그룹은 이차전지와 석유화학 부문의 경쟁 심화가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 부진과 투자 성과 지연, 자구 계획 영향 등으로 영업현금 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에서는 이번 분석이 그룹 경쟁력의 기준 변화라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계열사 수와 사업 규모가 그룹의 힘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AI·반도체·방산·조선·전력 인프라 등 성장 산업을 확보한 포트폴리오가 실적과 재무 건전성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얼마나 많은 사업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산업에 올라타 있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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