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유예'시사...한국 자동차 '트리핀 딜레마' 탈출 신호탄?
자동차 관세 유예 '깜짝' 발언에 시장 '화색'
립서비스 가능성 배제 못 해, '희망' vs '불안'
이동훈
ldh@megaeconomy.co.kr | 2025-04-16 09:30:07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유예 가능성 발언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트리핀 딜레마'에 직면했던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번 발언을 계기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에 부과된 관세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다. 이는 앞서 스마트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유예를 검토하겠다고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일시적인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특정한 물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 자동차 회사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를 고려 중이다.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서 미국 내로 생산을 이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세유예, 중간 선거 의식? 지지율 확보 위한 정치적 계산?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자동차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해야 하는 기업들을 위한 일시적인 유예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여, 관세 유예를 통해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관세 유예는 단기적으로는 수입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시켜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여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판단된다.
관세 유예를 통해 자동차 산업 관련 종사자들과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의도 및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도 비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미국의 대외 무역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하며, 국내 자동차 업계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 대미 수출 의존도 높은 국내 업계, 관세 유예 발언에 촉각
미국의 관세 압박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트리핀 딜레마’를 야기했다. ‘트리핀 딜레마’는 기축통화국이 자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현대차, 기아 등 주요 기업들의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치명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발표 이후 국내 자동차 부품주들은 일제히 급락하며 ‘트리핀 딜레마’의 현실화를 우려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시사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국의 '트리핀 딜레마'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 구체적인 내용 없어 '여전한 불확실성'…업계 '신중한' 반응
반면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이 단순한 ‘립서비스’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고려할 때, 그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말 바꾸기를 해왔으며, 특히 무역과 관련해서는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여왔다. 따라서 이번 관세 유예 발언 역시 언제든 번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관세 유예 기간, 대상 품목, 조건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업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관세 유예를 ‘카드’로 활용할 것이다”며 “상대국 자동차 업계의 지지를 얻고, 동시에 상대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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