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라이프플래닛 흡수합병…13년 만에 디지털 역량 결집
내년 4월 합병…고객 23만명 계약·서비스 유지
IFRS17·K-ICS 대응…사업부 신설해 브랜드 존속
박선영 기자
suny8000@megaeconomy.co.kr | 2026-09-16 09:28:06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교보생명이 국내 최초 인터넷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을 출범 13년 만에 흡수합병한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분야의 투자 부담이 커지고 새 회계·자본건전성 제도 도입으로 독립 디지털 생명보험사의 성장 여건이 달라지자 자회사 형태 대신 교보생명 내부 사업부로 편입해 디지털 역량을 보험사업 전반에 활용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라이프플래닛의 사업과 인력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라이프플래닛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의결했다.
이번 합병은 교보생명이 완전 자회사를 흡수하는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추진된다. 주주총회 승인 대신 이사회 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으며 금융당국의 합병 인가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4월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관심은 라이프플래닛 기존 고객의 보험계약과 서비스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쏠린다. 지난 6월 말 기준 라이프플래닛 고객은 약 23만명이다. 합병 이후에도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보험계약 관리와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시스템 통합은 단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라이프플래닛이라는 브랜드도 사라지지 않는다. 교보생명은 합병 후 독립사업부인 ‘라이프플래닛사업부(가칭)’를 신설하고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다. 기존 인력과 디지털 사업 역량을 사업부 형태로 유지하면서 상품 개발과 마케팅, 고객관리, 영업채널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2013년 출범한 라이프플래닛은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보험 가입부터 계약 유지, 보험금 청구까지 온라인에서 처리하는 국내 최초 인터넷 생명보험사다.
지난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5273억원이며 올해 상반기 보험수익은 91억원이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62.97%를 기록했다.
교보생명이 독립법인 체제를 끝내기로 한 데는 보험산업을 둘러싼 사업·규제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우선 AI를 비롯한 신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시스템과 데이터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교보생명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디지털 인프라에 투자하기보다 그룹 역량을 한데 모으는 것이 자본 효율성과 디지털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2023년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합병 배경으로 꼽힌다.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사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보여주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의 중요성이 커졌다. 미래에 인식할 보험이익을 나타내는 지표인 만큼 장기 보장성보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디지털 보험사는 비대면 판매 특성상 상대적으로 단기·소액 상품이나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아 장기적인 CSM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교보생명의 판단이다.
K-ICS 역시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디지털 투자 확대와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큼 독립법인보다 교보생명과의 통합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합병 이후 관건은 지난 13년 동안 라이프플래닛이 쌓은 디지털 역량을 교보생명의 기존 보험사업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다.
교보생명은 라이프플래닛의 비대면 보험 운영 경험과 디지털 전문성을 상품 개발부터 마케팅, 고객관리, 영업채널까지 보험사업 전반에 적용할 방침이다. 양사가 각각 보유한 고객 기반을 활용해 생애주기에 따른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별도 법인은 없어지지만 독립사업부와 기존 브랜드를 남긴다는 점에서 라이프플래닛의 사업 자체를 종료하기보다 디지털 기능을 교보생명 내부로 이전하는 데 무게를 둔 합병으로 볼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규제환경이 바뀐 이후 이사회에서 수차례 고객보장 실천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고 최종적으로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프플래닛의 디지털 전문성과 혁신성, 민첩성을 교보생명의 보험사업 역량과 결합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할 것”이라며 “통합 과정에서도 기존 고객의 계약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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