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서 시인 12명과 문학 여행…11월 1일 첫 시 축제
나태주·신달자·도종환·박준 등 참여…시청역 낮 12시 출발, 43개 역 순환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탑승…서울갤러리서 박정자 배우 시 낭독·음악 공연
박선영 기자
suny8000@megaeconomy.co.kr | 2026-10-30 09:23:32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11월 1일 '시의 날'을 맞아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시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문학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나태주·신달자·도종환·박준 등 시인 12명이 열차에 올라 직접 작품을 낭송하고, 시민들과 문학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서울시는 30일 지하철 2호선과 서울시청 지하 서울갤러리에서 시민 참여형 시 축제 '시 읽는 서울지하철–순환, 공감, 생명 그리고 사람'을 다음 달 1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마련된 이번 축제는 서울시 '민간축제 육성지원 사업'의 하나로, 사단법인 문학의집서울이 주최하고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후원한다.
행사는 낮 12시 시청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 2호선 내선순환 열차에서 시작된다. 열차가 43개 역, 48.8km를 돌아 다시 시청역에 도착하는 약 90분 동안 시 낭송과 문학 토크, 음악 공연이 이어진다.
참여 시인은 고선경·곽효환·김종훈·나태주·도종환·문태준·박준·신달자·안희연·장석남·최동호·황인찬 등 12명이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시인들이 한곳에 모여 공연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하철 주요 역에서 차례로 열차에 합류하는 '릴레이 시 여행'이라는 점이다. 시민들은 이동 구간에 따라 서로 다른 시인의 작품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시청역에서는 최동호·곽효환 시인이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상왕십리역에서 나태주 시인이 '멀리서 빈다'를 낭송하고, 김종훈 문학평론가가 김소월과 왕십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변역에서는 문태준 시인과 시민 시 공모 당선자인 이영진·고용석 씨가 작품을 낭독한다. 역삼역에서는 신달자 시인이 '헌화가'를 선보인다.
서울대입구역에서는 도종환·안희연 시인이 각각 자신의 작품을 낭송한다. 문래역에서는 박준·황인찬 시인이, 신촌역에서는 장석남·고선경 시인이 합류해 시를 들려준다.
시민들은 사전 신청이나 별도 참가 절차 없이 행사 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 공연은 시청역에서 낮 12시 출발하는 내선순환 열차의 첫 번째 객차에서 진행된다. 승차 위치는 1-1~1-4이며, 을지로입구 방면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최영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고, 아코디언 연주자 정태호와 기타리스트 박윤우가 공연에 참여한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도종환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등 시를 소재로 한 음악도 선보인다.
행사 열차는 일반 지하철 운행과 함께 진행되는 만큼 혼잡 상황에 따라 공연 객차 탑승이 제한되거나 자제가 권고될 수 있다. 서울시는 행사 열차가 정차하는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도착시간을 안내하고, 역사 내 안내방송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축제는 출발역인 시청역(市廳驛)을 '시를 듣는 역'이라는 뜻의 시청역(詩聽驛)으로 새롭게 해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지하철 2호선의 순환 구조에는 삶과 생명의 순환이라는 문학적 의미를 담았다.
지하철에서 시작된 시 여행은 서울시청 지하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미니 시 콘서트 '시를 사랑해'로 이어진다.
오후 1시 40분부터 열리는 공연에서는 연극배우 박정자가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어진 시'를 낭독한다. 크로스오버 테너 박완과 소프라노 김성혜 등도 참여해 시와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인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서울시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브서울'에서도 행사를 생중계한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시를 게시하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번 행사는 승강장에서 시를 읽는 방식에서 나아가 시인의 목소리로 작품을 듣고 직접 소통하는 참여형 문화행사로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
민수홍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2008년부터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통해 시민들의 일상에 시 한 편을 전해 왔다면, 이번에는 시인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한 바퀴 돌며 시를 직접 듣고 나누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며 "일상적인 이동 공간인 지하철에서도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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