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도 원청과 교섭하라"…한화오션 겨눈 중노위 결정에 경총 강력 비판
노란봉투법 후 첫 지원업체 사용자성 인정…급식·시설관리 노동자까지 교섭 대상 확대
경총 "고용부 해석지침과 충돌" 반발…한화오션 행정소송 여부 주목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6-16 09:21:56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중앙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을 사내 급식업체 웰리브 소속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하고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하면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하청업체가 아닌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 등 지원업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와 재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한화오션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 이의신청 재심 사건에서 이를 기각했다. 아울러 초심 단계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던 웰리브지회에 대해서도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번 분쟁은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과 동시에 시작됐다. 금속노조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를 포함해 한화오션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웰리브지회를 교섭요구노조 대상에서 제외한 채 공고를 진행했고, 이에 금속노조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경남지노위는 웰리브지회를 포함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한화오션이 실제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며 결정을 유보했다. 이후 사건은 중노위 재심으로 넘어갔고, 중노위는 결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렸다.
중노위는 결정문에서 한화오션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근거는 시설 소유권이다. 웰리브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조리실과 세탁실, 통근버스 등 주요 작업환경이 한화오션 사업장 내에 위치해 있고, 시설 개선이나 설비 교체 역시 원청의 승인과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즉 협력업체가 형식적인 고용주라 하더라도 실제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의 상당 부분이 원청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원청 역시 사용자로서 교섭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결정에 따라 웰리브지회는 앞으로 한화오션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웰리브지회는 사내 급식과 통근버스 운영,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그동안 노동환경 개선, 건강권 보장, 휴게시간 확대, 근무시간 조정,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해왔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을 노란봉투법 취지에 부합하는 판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확대했다. 노동계는 기존에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법적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결정이 원청 책임 강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은 구내식당 운영과 같은 도급·위임 계약에 따른 일반적인 지시권 행사 사례를 원청의 구조적 통제로 보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며 "중노위 결정은 정부의 공식 해석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총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를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활용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원청이 법률상 의무에 따라 시설 안전관리와 작업환경 개선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인데, 이를 이유로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되면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수록 오히려 교섭 의무와 파업 리스크까지 떠안게 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이번 판단이 확산될 경우 조선업뿐 아니라 제조업, 건설업, 유통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내 식당 운영업체, 청소·경비업체, 물류업체, 시설관리업체 등 원청 사업장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총은 "직접 생산공정에 참여하는 원·하청 관계를 넘어 지원·협력업체까지 단체교섭 상대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산업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중노위가 향후 사건에서는 해석지침과 법률 기준에 따라 보다 객관적이고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현재 중노위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행정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중노위 판단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한층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법원이 재계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지원·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교섭 의무 인정에는 일정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노사 분쟁을 넘어 개정 노조법의 실제 적용 범위와 원청 책임의 한계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관계의 새로운 기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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