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라타항공 기내 성추행 논란, 초동대응 적절성 도마 위
피해자 "성추행보다 더 힘들었던 건 2차 피해"… 매뉴얼 개선 촉구
동승객 반론·직원 추정 글까지 등장… 피해자 보호 체계 논란 확산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6-25 09:21:57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항공사 파라타항공 국제선 기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공사의 초동 대응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는 "성추행 자체보다 사건 이후 겪은 2차 피해가 더 큰 상처로 남았다"며 항공사 차원의 대응 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피해자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했고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6월 1일 새벽 운항한 파라타항공 WE206편 기내에서 발생했다. A씨는 뒷좌석 승객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객실 승무원에게 신고했고, 이후 승무원들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조치했다.
그러나 A씨는 사건 이후 공항경찰단 신고 과정까지 사실상 홀로 감당해야 했다며 항공사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린 뒤 직접 공항을 돌아다니며 가해자를 찾고 공항경찰단을 방문해 신고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며 "피해자가 이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를 원하느냐', '관계기관 인계를 도와드릴까'라는 안내만 있었어도 지금처럼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절차적 안내의 부재를 지적했다.
특히 A씨는 "성추행을 당한 사실 자체가 항공사나 승무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는 사건 이후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2차 피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내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신고를 증거 부족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묵살하고 관계기관 신고 절차조차 안내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같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제가 요구하는 것은 승무원의 처벌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매뉴얼 개선"이라고 밝혔다.
또 "승무원의 역할은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상황 기록, 기장 보고, 신고 의사 확인, 관계기관 연계 등 절차적 대응에 있다"며 "신고 방법만 안내받았어도 직접 공항을 뛰어다니며 가해자를 찾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호소했다. 그는 "공항을 돌아다니며 가해자를 찾고 경찰에 진술하는 과정을 혼자 겪으면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도 당시 상황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보안법 제23조가 기내에서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피해 신고가 접수된 상황에서 관계기관 신고 안내나 연계 조치는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같은 항공편에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승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해당 승객은 "피해를 주장한 승객이 울면서 승무원을 호출하는 상황을 지켜봤다"면서도 "목격자들은 실제 신체 접촉이 아니라 '팔을 앞으로 뻗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언급된 사진 역시 성추행 장면이 아니라 가해자로 지목된 승객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들었다"며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승무원이 특정 승객을 가해자로 단정하고 신고 절차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승객은 "명확한 증거 없이 특정인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승무원 개인이나 항공사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파라타항공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회사가 승무원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고 사후 조사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을 준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작성자는 "레포트를 제출한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연락이 오고 별도 면담이 이어진다"며 "현장 승무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성추행 사실 인정 여부'와 '항공사의 피해자 보호 절차 적정성'이라는 두 가지 문제로 나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직 승무원은 "기내에서 명확한 증거나 직접적인 확인이 어려운 경우 승무원은 우선 분리 조치와 상황 기록, 기장 보고 등 안전 확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성범죄 피해 신고가 접수됐을 때 피해자에게 신고 의사를 확인하고 공항경찰 등 관계기관과 연계하는 절차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업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승무원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실제로 여러 현직 승무원들로부터 위로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항공사별 또는 승무원 개인의 판단에 따라 대응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덜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기내 성범죄 신고가 접수됐을 때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대응 체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항공보안법 제23조는 항공기 내에서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라타항공 측은 "내부 대응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공개하기 어렵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대응 관련 내용은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파라타항공은 고객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가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6일까지 실시한 기내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407명의 응답자 가운데 73.2%가 '매우 만족', 20.1%가 '만족'이라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93.3%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기내 성추행 신고 대응 논란을 계기로 위기 상황 발생 시 피해자 보호 및 관계기관 연계 절차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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