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으로 실탄 확보한 릴리, GC녹십자 美자회사까지 삼켰다
큐레보 등 백신 3개사 5조원 베팅
감염병 사업 확대…대상포진 시장 판 흔든다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5-27 09:20:52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일라이 릴리가 감염병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백신 기업 3곳을 최대 38억 3천만 달러(약 5조 7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인수 대상은 큐레보(Curevo Inc.), 림마테크 바이오로직스(LimmaTech Biologics AG), 백신 컴퍼니(Vaccine Company, Inc.)다.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릴리가 항암제·면역치료제를 넘어 감염병 예방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릴리는 지난해까지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센터장을 역임한 피터 마크스 박사를 감염병 총괄 책임자로 임명한 데 이어, 불과 몇 달 만에 대규모 인수계약을 성사시켰다.
◆ GC녹십자 미국 자회사 큐레보, 최대 약 2조 2천500억 원에 매각
이번 거래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큐레보의 매각이다. 큐레보는 GC녹십자가 글로벌 백신 시장 진출을 목표로 미국 현지 전문가들과 공동 투자해 2017년 11월 설립한 미국 내 관계사다. 릴리는 큐레보 주주들에게 선지급금과 목표 달성 조건부 금액을 포함해 최대 15억 달러(약 2조 2천500억 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큐레보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아메조스바테인(amezosvatein)'이다. 현재 대상포진 예방의 표준 치료제인 GSK의 싱그릭스(Shingrix)는 효능은 높지만 발열·오한·주사 부위 통증 등 부작용이 심해 접종 완료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아메조스바테인은 차세대 합성 면역증강제를 적용해 이 문제를 개선한 백신으로, 2상 임상에서 싱그릭스와 동등한 면역 반응을 보이면서도 활동 제한 수준의 부작용을 절반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싱그릭스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35억 5800만 파운드(약 7조 2천억 원)에 달한다.
앞서 GC녹십자는 지난해 10월 큐레보와 아메조스바테인의 상업화 이후 제품 공급을 위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릴리의 인수로 GC녹십자의 CMO 계약이 유지될지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 세균 백신·EBV 백신도 파이프라인에 추가
릴리는 림마테크를 최대 7억 8천만 달러(약 1조 1천700억 원)에 인수한다. 림마테크는 항생제 내성이 심화되는 황색포도상구균, 임균,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 등 세균성 병원균을 겨냥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주력 후보물질 LTB-SA7은 수술 부위 감염의 주요 원인균인 황색포도상구균 대상 백신으로 현재 1상 임상 단계에 있다.
백신 컴퍼니는 최대 15억 5천만 달러(약 2조 3천250억 원)에 인수된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생체 내 나노입자(IVN) 기술을 활용해 기존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 방식 대비 생산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속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프로그램은 다발성 경화증 및 일부 악성 종양과의 연관성이 주목받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예방 백신으로, 현재 1상 임상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다.
릴리 측은 "감염성 질환은 급성 질환에 그치지 않고 원발 감염 이후 신경 질환, 암, 불임 등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며 "이번 인수는 질병의 결과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을 예방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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