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이식 후 38일 무슨 일 있었나”…삼성서울병원·유가족 진실 공방
유가족 “검사·입원 지연”…병원“외래 경과관찰은 임상적 판단”
의료계 “면역억제제 조절은 재량 영역”…법조계 “일부 책임 가능성”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05-29 09:22:46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간이식 수술 후 급성 면역거부반응 의심 증상이 나타난 환자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이 적절한 검사와 입원 치료를 신속히 시행했는지를 둘러싸고 유가족과 병원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유가족은 이상 징후 이후 재입원까지 이어진 기간 동안 적극적 조치가 지연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병원 측은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래 경과관찰을 이어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면역억제제 조절과 거부반응 대응이 의료진의 폭넓은 임상적 판단 영역에 해당한다는 시각과 함께, 일부 조치 지연 가능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9일 유가족 측에 따르면 52세 여성 A씨는 지난해 6월 23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자녀로부터 생체 간 이식을 받았다. 당초 수술은 같은 해 7월 중순 이후로 예정돼 있었으나, 수술 전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가족 요청에 따라 일정을 약 한 달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직후 회복 경과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간을 공여한 자녀는 7월 1일께 퇴원했고, A씨도 같은 달 10일에 퇴원했다.
그러나 유가족은 같은 해 9월 9일부터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A씨에게 수술 전과 유사한 복수와 황달 증상이 다시 나타났고, 유가족 측은 9월 중순 응급실 진료 과정에서 간 기능 수치 이상과 함께 의료진으로부터 거부반응 가능성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가족 측은 거부반응 의심 소견이 나왔는데도 즉각적인 진단검사나 영상검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검사 계획만 세워졌다며, 장기이식 환자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면 보다 신속한 조치가 필요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한 면역억제제 조정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식 환자는 타인의 장기를 받은 만큼 면역억제제 관리가 핵심인데, 응급실 진료 과정에서 대상포진 가능성이 언급된 뒤 면역억제제인 타크로리무스 용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유가족 측 설명이다.
유가족 관계자는 “대상포진으로 확진된 것도 아니고 ‘그런 것 같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은 뒤 면역억제제 용량이 줄었다”며 “그 이후 환자 상태가 악화됐고, 10월 16일 재입원 전까지 적극적 입원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약 38일의 기간이 사실상 ‘공백’이었다”고 주장했다.
입원 지연을 둘러싼 병원 측 설명도 유가족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유가족은 병원 측으로부터 입원 관련 서류가 발부됐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지만, 실제로 이를 전달받은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병원 측으로부터 상급종합병원 현실, 간호 인력 스케줄, 추석 연휴 등의 사정으로 입원이 어려웠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관계자는 “환자가 위중한데 병원 사정으로 입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안내했어야 한다”며 “전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떠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두고 “수술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제의 핵심은 수술 이후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병원이 환자를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관리했는지라는 것이다.
유가족 관계자는 “환자가 아파서 병원에 갔고 거부반응 의심 소견이 있었는데도 적극적인 조치가 늦어진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조금만 더 빨리 입원 치료와 검사가 이뤄졌다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절차와 경찰 수사가 함께 진행 중이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됐고, 관련 의료기록은 경찰 과학수사 부서에서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서에도 병원 측의 일부 과실 가능성을 지적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감정서에는 “이 환자의 경우에 진단을 위한 검사들은 모두 수행됐으나, 그 시점이 늦어진 점은 아쉽다고 판단됨”이라는 의견이 수록돼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과실 여부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경찰 수사와 조정 절차를 통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정 절차에서는 보상 금액을 둘러싼 이견도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은 당초 5억원대 조정 금액을 제시했으나 현재는 6000만원 수준까지 낮춘 상태라고 밝혔다. 반면 병원 측은 과실 인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관계자는 “병원 측은 10월 16일 이후에는 주기적 검사를 시행했고 할 만큼 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그 이전의 공백”이라며 “거부반응 의심 소견이 나온 뒤 재입원까지 이어진 기간에 어떤 판단과 조치가 있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측은 당시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래 경과관찰을 이어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의료진이 당시 환자의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며 경과를 관찰하기로 임상적으로 판단했고, 외래 진료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23일과 9월 26일 추가 외래 당시에는 이전 외래(9월 9일)와 비교해 상태가 지속적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여 기존과 동일하게 외래를 통한 진료를 이어가기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며, 이후 외래 진료 과정에서 10월 14일 검사 수치 이상이 확인돼 10월 16일 입원 치료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병원 측은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다학제 진료 체계를 통해 진료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며 “현재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이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 “병원 대응 적절했나”…의료계 “임상적 판단 영역” vs 법조계 “일부 책임 가능성”
의료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의료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병원 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우선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으로 급성 면역거부반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조직검사와 후속 조치가 적시에 이뤄졌는지가 지목됐다.
의료 전문 변호사는 “법원은 민사 사건에서 인과관계를 비교적 폭넓게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급성 면역 거부반응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관련 검사와 처치가 다소 늦어진 부분은 사망이나 상태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일정 부분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급성 거부반응은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환자의 기저질환과 치료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병원 측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상당 부분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법원이 의료진 과실과 환자의 기존 질환 상태를 함께 고려해 책임 비율을 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으로, 실제로 책임 범위가 30~40% 수준으로 제한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보다 신중한 시각을 보여줬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병원 측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당시 병원이 취한 조치들은 모두 임상 현장에서 충분히 선택 가능한 범주의 의료행위였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면역억제제 감량 조치와 관련해 의료계와 법조계 모두 “의학적 재량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데 공감대를 보였다. 장기이식 환자의 경우 면역억제제를 유지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반대로 줄이면 거부반응 위험이 커지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변호사는 “A 치료를 선택하면 특정 부작용 위험이 있고, B 치료를 선택하면 또 다른 위험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법원이 사후적으로 특정 선택만 문제 삼아 과실을 인정하는 데 신중하다”며 “주치의의 의학적 재량 판단이 넓게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면역억제제를 줄였다는 사실보다 환자 상태 악화 이후 약물을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다시 조정했는지, 또 응급실 내원 당시 조직검사 등 급성 거부반응 확인 절차가 적절히 시행됐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대학병원 교수 역시 “감염 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면역억제제를 줄이는 것은 이식 환자 진료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대응”이라며 “면역억제제를 충분히 사용했음에도 거부반응이 발생하는 사례는 의료 현장에서 흔하게 보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치료를 해도 환자마다 전혀 다른 경과를 보이는 등 의학은 결과를 단순 인과관계로 연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면역억제제를 줄였기 때문에 곧바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급성 거부반응 진단 자체의 난이도 역시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의료진은 간 수치 상승만으로 곧바로 이식 거부반응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간 이식 환자의 경우 컨디션 변화나 염증, 식이 상태 등에 따라서도 간 수치가 흔들릴 수 있어 일정 기간 경과 관찰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유다.
대학병원 교수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수치가 조금만 이상해도 즉각 조직검사와 모든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임상 현장은 그렇지 않다”며 “1~2번의 수치 변화만으로 곧바로 전면적인 워크업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은 어느 정도 악화됐을 때 추가 검사를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임상적 판단”이라며 “거부반응 자체를 진단하는 과정도 매우 어렵고 복합적인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결과론적으로 “간 수치 상승=이식 부작용”이라는 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취지다.
환자의 기저질환 역시 사건 해석에서 중요한 변수로 지목됐다. 알코올성 간경화 자체가 이미 중증 질환 상태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대학병원 교수는 “알코올성 간경화는 단기간 음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며, 이미 상당 기간 중증 상태가 지속된 결과”라며 “간이식을 받았다고 해서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이식은 기능이 소실된 장기를 대체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치료이지 모든 위험이 제거되는 치료는 아니다”라며 “이식 이후에도 면역 문제와 감염, 거부반응 등 다양한 위험은 계속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도 “간이식을 받을 정도였다면 이미 전신 상태가 상당히 악화된 중증 환자였다고 볼 수 있다”며 “알코올성 간경화든 간암이든 장기이식 자체가 이미 높은 위험도를 전제로 하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치료를 시행했더라도 급격한 악화 가능성이 상존하는 환자군”이라며 “의료진 과실만으로 결과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소송은 결국 기저질환이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의료진 조치가 결과 악화에 몇 퍼센트 정도 기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판단 구조 자체가 매우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검사 계획은 있었지만 적시에 실행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공의 판단이 일반적인 치료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고 교수진과 상의 없이 이뤄졌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겠지만, 통상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를 시행했다면 단순히 전공의가 담당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이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나왔다.
입원 지연 문제를 두고는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적인 병상 부족 문제가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간이식 환자의 경우 수술 기록과 각종 검사 데이터, 치료 경과 정보가 특정 병원 시스템에 집중돼 있어 다른 의료기관이 환자 상태를 단기간 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전원(轉院)의 현실적 한계로 지적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고난도 장기이식 환자의 특성상 치료 연속성과 책임 문제 등을 고려하면 타 병원으로의 전원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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