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사 멈추고 안전대책 내놨지만…DL이앤씨, 5년째 사망사고
울산 샤힌 이어 부천서 올해 두 번째 인명피해…노동당국 조사 착수
작업중지권 확대·예방체계 개편 추진에도 사고 반복…관리 실효성 의문
정태현 기자
jth1992@magaeconomy.co.kr | 2026-10-15 09:13:58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DL이앤씨가 전국 건설현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대책을 재점검한 지 5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사망자가 나온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5년 연속 인명피해가 이어지면서 회사가 강조해 온 '안전 최우선' 경영 방침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3시 10분께 경기 부천시 오정구 부천열병합발전소 현대화사업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무게추 설치 작업 중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GS파워가 발주하고 DL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으로, 당시 인양된 무게추가 흔들리면서 작업자들을 덮친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노동자는 58세 남성으로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DL이앤씨가 지난 8월 안전관리 체계 전면 개편을 발표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회사는 당시 인공지능(AI)과 현장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 예측 시스템 구축, 작업중지권 포상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기존 안전조치의 실효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 중대재해법 시행 첫해부터 인명피해…정부 감독서도 안전관리 위반 적발
DL이앤씨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매년 발생했다. 첫해에는 서울 종로구와 경기 과천·안양·광주 등 4개 현장에서 노동자 5명이 숨졌다. 이듬해에도 경기 의정부와 서울 서초구, 부산 연제구에서 각각 사고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잇따른 사고로 정부의 집중 감독도 이뤄졌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DL이앤씨 주요 시공현장 67곳을 네 차례에 걸쳐 감독한 결과 65곳에서 위반사항 459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안전난간 미설치와 거푸집·동바리 조립도 미준수 등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조치 위반이 158건에 달했다.
노동부는 안전조치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사법조치 절차를 진행하고,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관련 위반에는 약 7억 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2023년에도 전국 79개 현장 중 61곳에서 위반사항 209건이 확인됐다. 안전조치 위반은 19건,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관련 위반은 190건으로 약 3억 8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두 차례 감독에서 적발된 위반사항은 모두 668건이다.
정부의 감독과 개선 요구에도 인명피해는 계속됐다. 2024년에는 경북 울릉공항 건설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지면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 1명이 매몰돼 숨졌다.
지난해에는 경남 창원시 진해신항 남방파호안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선원 1명이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 전 현장 점검·작업중지권 강화에도 사고 반복…예방 효과가 관건
DL이앤씨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 조직과 현장 운영체계를 지속적으로 손질해 왔다. 특히 위험을 발견한 노동자가 직접 작업을 멈출 수 있도록 하는 작업중지권 활성화를 주요 대책으로 추진했다.
지난 1월에는 작업중지권 행사가 가능한 안전신문고 제도의 노동자 자발적 참여 건수가 2025년 기준으로 시행 첫해인 2022년보다 7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한 현장 노동자가 위험 요소를 신고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고 포상도 확대했다.
지난 5월 울산 사고 이후에는 전국 공사현장의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현장별 안전대책을 재점검했다. 점검을 마친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공사를 재개했지만 4개월여 만에 부천에서 다시 사망자가 나왔다.
DL이앤씨는 이후 안전관리 체계 개편에도 나섰다. 지난 8월 약 200개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작업자 행동과 중장비 이동, 기상정보 등을 분석하고 위험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시스템은 2027년부터 주요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처럼 안전 관련 제도를 확대하고 개선 방침을 거듭 발표하는 동안에도 인명피해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작업중지권 참여가 늘어난 것은 회사가 제시한 관리 지표 중 하나지만, 신고 증가만으로 사망사고 예방 효과까지 입증할 수는 없다.
특히 이번 부천 사고를 계기로 고위험 장비 설치 작업에 대한 사전 점검과 작업계획 승인, 협력업체 관리·감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절차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커졌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5년째 시공현장에서 사망사고를 겪고 있다. 개별 사고의 원인과 법적 책임은 노동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가려질 사안이다. 다만 거듭된 안전대책 발표에도 인명피해가 이어진 만큼, 사고 이후의 재발방지 약속을 넘어 현장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추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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