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아산병원, 국내 첫 '태아심장센터' 개소…이미영 센터장 "중증 태아 심장질환 진료체계 구축"
3만명 태아 진료·고난도 치료 1575건…심장 전문진료 체계 고도화
산전 진단부터 분만·수술까지 한 흐름…NICU·전원체계 확충 과제
"태아도 중요한 진료 대상"…수가 개선·카테터시술 확대 병행 필요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10-06 09:16:55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태아 심장질환은 출생 이후 치료만큼 산전 진단이 중요하다. 일부 중증 선천성 심장질환은 출생 직후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거나 사망할 수 있다.
선천성 심장기형은 출생아 1000명당 약 8~10명꼴로 발생하는 선천성 질환이다. 심실중격결손, 대혈관전위, 팔로4징 등이 대표적이다. 조기에 진단해 적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산전 진단을 통해 질환을 정확히 판단하고 치료를 미리 계획해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같은 태아 심장질환에 대한 특화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태아 심장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태아심장센터’를 개소했다. 산전 상담을 통해 태아의 심장기형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부터 분만, 출생 직후 처치 및 전문적인 심장 수술·치료까지 연속성 있게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미영 서울아산병원 태아심장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선천성 심장질환은 가장 흔한 선천성 기형 중 하나인 만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센터 개소는 기존에 해오던 진료를 더욱 체계화하고, 태아기부터 출생 이후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진료체계를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축적된 임상경험에 장비·협진 보강…고난도 태아심장 치료 강화
서울아산병원이 태아 심장질환 전문 진료를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축적된 임상 경험이 있다. 2004년 태아치료센터 개소 이후 3만명 이상의 태아를 진료했으며, 누적 태아정밀초음파 건수는 10만건, 양수·융모막·제대혈 등 진단검사 건수는 1만건에 달한다.
고난도 태아치료는 태아 션트 수술, 태아내시경 수술, 고주파 용해술, 태아 수혈 등 총 1575건 시행했으며, 특히 심장 분야에서는 연간 태아심장 정밀초음파 검사가 2004년 298건에서 2025년 1531건으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축적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아산병원은 새 센터의 진료 환경을 산전 진단에서 출생 직후 치료까지 신속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태아심장 진료세션도 확대하고 심장정밀초음파 장비도 추가 구비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신관 6층에는 태아치료센터와 분만장, 소아심장 전용 신생아중환자실이 함께 있어 산전 진단 이후 분만과 출생 직후 전문적인 심장 치료까지 신속하게 연계할 수 있다.
진료는 산부인과와 신생아과, 소아청소년심장과, 소아심장외과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태아 상태를 산전부터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분만 계획과 출생 직후 처치·수술까지 연계하는 다학제 진료를 시행한다.
더 나아가 서울아산병원 태아심장센터는 향후 ‘태아심장 카테터시술’ 등 최신 치료를 적극 도입해 중증 태아 심장질환 치료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태아심장 카테터시술은 심한 대동맥판막협착이나 폐동맥판막협착, 심실중격이 온전한 폐동맥판막폐쇄 등 태아기에 질환이 진행하면서 심실의 성장과 발달이 저해될 수 있는 일부 중증 심장질환에서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아의 작은 심장에 직접 접근해야 하는 초고난도 시술로, 해외에서도 극히 일부 전문센터에서만 시행되고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과거 중증 태아 대동맥판막협착 환자에서 중재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태아심장센터는 무엇보다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태아를 신중하게 선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 보다 좋은 예후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치료 수준 높지만…수가·NICU 등 제도와 인프라 과제
고난도 치료 역량을 갖추는 것만으로 태아 심장질환 진료체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산전 진단부터 출생 후 치료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학제 진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전문인력·병상 등 필수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건강보험체계에서는 태아를 독립적인 급여 대상자로 인정되지 않아 태아를 대상으로 한 다학제 진료에 적절한 수가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과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중증 심장질환을 진단받은 산모에게 산부인과뿐 아니라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 신생아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해보겠다는 용기를 내 임신을 유지하는 산모에게 제대로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 인프라 측면에서는 지역별로 전문센터를 늘리는 것보다 중증 환자를 담당할 수 있는 거점의 치료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제시된다.
또한 전문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산부인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모두 대표적인 필수의료 기피 분야이고, 수도권의 신생아중환자실 역시 여유가 많지 않다는 문제점도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다태임신 증가 등으로 조산아 치료 수요가 늘면서 수도권에서도 신생아중환자실이 포화되어, 중증 태아를 진단하고도 출생 후 치료할 병상이 없어 먼 지역으로 산모를 전원해야 했던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단순히 전문센터의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고난도 태아·신생아 진료를 담당하는 전문 의료기관에 인력과 신생아중환자실 등 필수 인프라가 충분히 지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센터장은 “모든 지역에 분산시키기보다는 충분한 경험과 인프라를 갖춘 전문센터를 중심으로 진료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며, “전문 의료기관에 인력과 신생아중환자실 등 필수 인프라를 충분히 지원하고 지역 의료기관과 전문센터를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는 전원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태아 심장질환 진료를 비롯해 태아를 하나의 중요한 진료 대상으로 바라보고 산전부터 출생 후까지 필요한 다학제 진료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며 “서울아산병원 태아심장센터는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여러 진료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중증 태아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그 경험과 지식을 국내 의료진과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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