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펠레, 암투병 끝에 향년 82세로 별세…브라질 "사흘간 애도 기간"

브라질 애도 물결…1월 2일 산투스 축구장서 시민 조문 받기로
네이마르 "펠레는 축구를 예술로 바꿔놨다“
메시‧호날두‧음바페 등 축구계 추모 메시지 이어져
유일하게 월드컵 3차례 우승…1283골 기록

류수근 기자

press@megaeconomy.co.kr | 2022-12-30 09:03:57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혀온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가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2세.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현지매체들은 30일(한국시간) “세 번의 월드컵 제패를 자랑하는 전 브라질 대표 레전드 펠레가 사망했다”며 “그의 에이전트가 사망을 확인해줬다”고 전했다.

펠레가 치료를 받고 있던 브라질 상파울루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도 고인이 현지시간으로 29일 오후 3시 27분 사망했으며 “사망 원인은 그가 앓고 있던 질병들과 대장암의 진행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 '축구 황제' 펠레가 29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에서 대장암 투병 도중 향년 82세로 사망했다. 사진은 브라질 축구 전설 펠레가 2013년 4월 5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미국에이즈연구재단(amfAR) 행사장에 도착해 축구공을 들고 있는 모습. [상파울루 로이터=연합뉴스]
펠레(본명 이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의 인스타그램에는 “오늘 평화롭게 세상을 떠난 ‘황제’ 펠레의 여정에는 영감과 사랑이 깃들었다. 이드송은 스포츠에 관한 천재성으로 세계를 매료시켰고, 전쟁을 멈추게 했고, 전 세계에서 사회적 사업을 수행했으며, 우리의 모든 문제에 대한 치료법이라고 믿었던 사랑을 퍼뜨렸다. 그의 메시지는 미래 세대를 위한 유산이 된다. ‘사랑, 사랑, 사랑. 영원히’“라고 적힌 게시물이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띤 생전의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한국시간 오전 8시 현재 732만2942개의 ‘좋아요’와 25만4676개의 댓글이 붙는 등 수많은 팬들과 지인들이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명복을 빌었다.

▲ 펠레 인스타그램 추모 게시물. [펠레 인스타그램 캡처]
브라질 정부는 사흘 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산투스 축구 클럽 측은 성명을 내고 내년 1월 2일 빌라 베우미루 축구장에서 24시간 동안 시민 조문을 받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날 펠레의 유해는 팬들과의 마지막 작별을 위해 상파울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에서 축구장 센터 서클로 운구될 예정이다. 입관 절차는 이튿날 진행된다.

고인은 올해 100세인 모친 자택 앞을 지난 뒤 산투스 묘지에서 영면에 들게 된다.


펠레의 가족과 팬들은 펠레가 지난달 하순 재입원한 뒤 그의 회복을 간절히 기원해 왔지만 결국 펠레는 팬들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딸 켈리 나시멘투도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감사하고 영원히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라는 글을 가족들이 펠레의 손을 잡고 있는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앞서 켈리는 자매인 플라비아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와 함께 아버지의 병실을 지키는 사진을 공개하며 “우리는 믿음으로 이 싸움을 계속한다. 함께 하룻밤을 더”라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켈리는 또 그가 입원한 병원에 모여 25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다고도 밝혔다. 당시 켈리는 “감사, 사랑, 단결, 가족. 크리스마스의 본질. 여러분이 보내주는 모든 사랑과 빛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축구 황제’ 펠레의 별세 소식에 그의 조국인 브라질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며 큰 슬픔을 표했다.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그는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자, 훌륭한 시민이었고 애국자였다”고 애도했다.

이어 고인이 신의 품 안에 편히 안기기를 기원했다며 “신께서 슬픔에 잠긴 전설의 유족에게 이 어려운 순간을 극복할 힘을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취임을 앞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은 트위터에 펠레의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10번을 언급하며 “펠레와 견줄 만한 10번 선수는 없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 2012년 발롱도르 시상식 때 메시, 펠레, 네이마르의 모습. [AFP=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등번호 ‘10’을 달고 뛰었던 현 브라질 국가대표 에이스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펠레와 함께 찍은 사진을 함께 게시하며 “펠레 이전에 10은 하나의 숫자에 불과했다”며 “펠레 이전에 축구는 그저 스포츠였지만, 그는 축구를 예술로 바꿔놨다”고 칭송했다.

네이마르는 또 “축구와 브라질은 왕(펠레) 덕분에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며 “그는 떠났지만, 그의 마법은 남아 있다. 펠레는 영원하다”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전세계 축구인들의 추모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월드컵을 든 펠레의 흑백 사진으로 바꾸고, 그의 업적 등을 전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그의 삶은 축구 그 이상이었다. 그의 유산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며 “우리는 모두 펠레의 육체적 존재를 잃은 것을 애도하지만, 그는 오래전에 불멸의 존재가 됐고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경의를 보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며 여러 기록에서 펠레를 소환했던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도 인스타그램에 펠레와 함께 나온 사진을 게시하고 “편히 잠드소서”라고 적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는 “영원한 왕 펠레에게 단순히 ‘안녕’이라고 하는 건 지금 축구계 전체를 감싼 고통을 표현하기엔 부족할 것”이라며 “그는 수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어제도, 오늘도, 언제나 기준이 되는 존재”라고 추모했다.

카타르 월드컵 득점왕(8골)인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도 “축구의 왕은 우리를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명복을 빌었다.

펠레는 지난해 9월 오른쪽 결장에 암 종양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한 이후 화학치료를 받으며 병원을 오갔고, 지난달 말 심부전증과 전신 부종, 정신 착란 증상 등으로 상파울루 시내 병원에 재입원했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호흡기 증상 치료까지 겹치며 힘든 투병을 이어왔다.

앞서 브라질 현지 매체는 펠레가 증상 악화로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통증을 줄이는 완화치료로 전환했다고 보도했지만 펠레의 가족은 이를 부인했다.

병원 의료진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펠레의 암이 더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심장, 신장 기능 장애와 관련해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혀 그의 병이 더욱 위중해졌음을 전했다.

펠레는 현역 생활 동안 1363경기에 출전해 1281골을 터트리며 ‘축구 황제’로 칭송됐다.

정확한 득점 기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데 펠레와 그의 소속팀이었던 산투스 등은 통산 득점을 1283골이라고 주장한다. 펠레의 인스타그램 알림글에도 1283골로 적혀 있다.

1956년부터 1974년까지 브라질 산투스에서 뛰며 공식전 660경기에서 643골을 넣었고, 1975년에는 북미사커리그(NASL) 소속 뉴욕 코스모스에 입단해 세 시즌을 뛰었다.

브라질 축구 대표팀에서도 통산 A매치 92경기에서 77골을 넣었다.특히,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4경기에서 12골을 휘몰아쳤고, 세 차례 월드컵(1958년·1962년·1970년) 우승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로서도 금자탑을 쌓았다.

펠레는 역대 최연소인 17세 249일의 나이에 월드컵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고, 이 기록도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산투스에선 FIFA 클럽 월드컵의 전신인 인터콘티넨털컵과 남미 클럽대항전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을 두 차례씩 경험했다. 브라질 1부리그에서 6회 우승과 득점왕 3회를 차지했고, 상파울루주 리그에서는 10회 우승과 득점왕 11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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