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00억' 베팅 받았지만"…블루엘리펀트, 부채 307%·법인 기소 '두 그림자'
매출 69% 뛰는 동안 영업익 74% 급감…750억 먼저·250억은 추가 옵션
젠틀몬스터와 민·형사 공방 계속…파우치 디자인등록 무효·전 대표 불구속 재판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8-10 08:57:31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아이웨어 브랜드 블루엘리펀트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을 등에 업고 다시 해외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최대 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미국·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다만 ‘1000억원 투자 유치’라는 화려한 숫자만으로 블루엘리펀트가 안고 있는 숙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매출은 70% 가까이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은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부채비율은 300%를 넘어섰다. 여기에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와의 지식재산권 분쟁도 현재 진행형이다.
블루엘리펀트는 최근 어펄마캐피탈매니져스코리아와 최대 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 구조를 들여다보면 1000억원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어펄마캐피탈은 우선 750억원을 투입해 구주와 신주를 인수하고 향후 6개월 안에 250억원을 추가 납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갖는다. 추가 투자가 모두 이뤄질 경우 어펄마캐피탈의 지분율은 최대 25.8%에 달한다.
블루엘리펀트 측은 이번 투자 과정에서 약 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매출 69% 뛰었는데 영업익은 74% 급감
외형 성장 속도만 보면 가파르다. 블루엘리펀트의 지난해 매출은 506억9471만원으로 전년 300억1574만원보다 68.9%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8억2043만원에서 33억2933만원으로 74.0%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5억1457만원으로 전년 대비 86.6% 줄었다. 매출이 200억원 넘게 늘어나는 동안 실제 손에 쥔 이익은 오히려 크게 줄어든 셈이다.
비용 증가 폭도 컸다. 판관비는 104억원에서 35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급임차료는 12억원에서 88억원으로 뛰었고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등도 동반 증가했다. 차입금 증가 여파로 이자비용도 6억원에서 16억원으로 늘었다.
재무 부담은 더 뚜렷하다. 부채는 약 209억원에서 680억원으로 3배 이상 불었고 부채비율도 124%에서 307%로 치솟았다.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동안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동시에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블루엘리펀트는 이번 투자 이후 부채비율이 60%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는 투자 효과를 전제로 한 전망치다. 실제 재무구조 개선 폭은 신주 투자 규모와 자금 집행, 기존 차입금 상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750억 등에 업고 LA로…해외 확장 ‘잰걸음’
사모펀드 투자를 계기로 해외 확장에는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블루엘리펀트는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대형 체험형 매장 ‘스페이스 성수’를 열고 일본 하라주쿠와 신주쿠 등 주요 상권으로 진출했다. 올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매장 개점과 온라인 채널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의 자금이 본격 투입되면 그동안 재무 부담 속에서 추진했던 매장 확대에도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블루엘리펀트의 경쟁력이 단순한 ‘매장 수 확대’와 ‘가격 경쟁력’만으로 설명될 수 있느냐다.
블루엘리펀트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와 빠른 출점으로 단기간 몸집을 키우며 국내 아이웨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실제 시장에서는 성장 과정과 공간 전략 등이 젠틀몬스터와 비교되면서 ‘제2의 젠틀몬스터’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외형 확대뿐 아니라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과 지식재산권 관리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투자 받았지만 소송은 그대로…법인까지 형사재판 진행 중
무엇보다 젠틀몬스터와의 법적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블루엘리펀트 일부 제품과 오프라인 공간 등이 자사 제품 및 공간 디자인과 유사하다며 형사 고소와 민사상 금지·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형사사건에서 검찰은 블루엘리펀트 전 대표가 대표로 재직하던 2023년 2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젠틀몬스터 인기 상품을 모방한 상품 51종, 총 32만1000여점을 판매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산정한 판매가 기준 규모는 약 123억원이다.
전 대표뿐 아니라 제품 발주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본부장과 블루엘리펀트 법인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 대표 측은 지난 4월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일부 제품 주문·생산 과정에서 시장에 존재하던 제품을 참고한 사실은 있지만 안경은 인체공학적 구조 때문에 형태가 유사할 수 있고, 젠틀몬스터 제품 자체의 형태적 특이성과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 여부부터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제품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기간이 지났다는 주장도 내놨다. 검찰은 피해 회사 제품이 기존 선행 제품과 차이가 있고 통상적인 형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전 대표는 지난달 말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보석은 구속 상태만 해제하는 절차로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과는 별개다.
◆파우치 디자인등록은 무효…“모방 판단과 별개” 반박
별도로 진행된 파우치 디자인 분쟁에서는 아이아이컴바인드 측이 먼저 승기를 잡았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5월 22일 아이아이컴바인드가 블루엘리펀트 측을 상대로 제기한 파우치 디자인등록 무효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다만 이 심결을 형사재판에서 ‘제품 모방이 확정됐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블루엘리펀트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이번 심결은 해당 등록디자인의 효력에 관한 판단일 뿐 현재 진행 중인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 형태 모방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논란이 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현재 독자 개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또 전문 디자인 인력을 보강하고 제품 개발 과정의 유사 제품 교차검증, 외부 변리사 자문 등 지식재산권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1000억보다 중요한 ‘다음 숫자’
결국 이번 투자는 블루엘리펀트에 성장 자금인 동시에 사업모델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대 1000억원이라는 투자 규모와 약 4000억원이라는 기업가치 평가가 시장의 기대를 보여준다면, 지난해 74% 줄어든 영업이익과 307%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은 급성장 과정에서 치른 비용을 보여준다.
여기에 법인까지 피고인으로 서 있는 형사재판과 젠틀몬스터 측과의 민사분쟁도 해소되지 않았다. 대규모 자금 유치만으로 법적·브랜드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블루엘리펀트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숫자는 ‘1000억원 투자’나 ‘4000억원 몸값’만이 아니다. 떨어진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회복하는지, 부채를 실제로 얼마나 줄이는지, 해외에서 독자 브랜드로 어느 정도의 매출을 만들어 내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젠틀몬스터를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니라 독자적인 K아이웨어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결국 그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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