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NEXT 10년, 7대 SEED②] 1억도 '인공태양' 잡아라…HD현대·두산, 핵융합 시장 선전

HD현대중공업, ITER 진공용기 9개 중 4개 제작…두산에너빌리티도 핵심기기 공급 경험
정부 2035년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건설…'연구→발전→수주' 산업화가 최대 관문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8-18 08:48:00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이재명 정부가 미래성장동력으로 ‘7개의 씨앗(SEED)’을 선택했다. 이제 관건은 정책이 기술개발에 머물지 않고 사업화와 매출 성장,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메가경제는 [대한민국 NEXT 10년, 7대 SEED] 기획을 통해 SMR을 시작으로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소재·부품 공급망까지 7개 산업의 핵심 기업과 기술 경쟁력, 시장 전망을 살펴보고, 한국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를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를 지구에 구현하는 핵융합이 연구실을 넘어 산업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핵융합을 미래성장동력 '7대 SEED'의 두 번째 축으로 선정하면서 HD현대중공업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중공업 기업들이 쌓아온 초대형 정밀제작 기술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지 주목된다.

 

▲ 정부의 7대 SEED 산업에 인공태양 산업이 포함되면서 관련 기업도 분주하다. [사진=AI] 


정부는 AI 기반 가상 핵융합로를 활용해 설계·제어를 자동화하고 전남 나주에 핵심 부품·장비 실증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2035년까지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를 건설해 2030년대 말 전력 생산에 도전하고, 2040년대 상용전력 공급까지 연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기업들이 완전히 백지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핵융합 연구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참여하면서 이미 초대형 구조물과 발전설비 제작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핵융합 심장' 제작…ITER 9개 중 4개 맡아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HD현대중공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ITER의 핵심 장치인 진공용기 섹터 제작에 참여했다. 전체 9개 가운데 4개를 제작했으며, 지난 7월 마지막 진공용기 섹터가 열차폐체와 초전도자석 등과 결합돼 최종 조립 단계에 들어갔다.


진공용기는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담는 핵심 구조물이다. 초대형 구조물을 높은 정밀도로 제작하면서도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한다.


HD현대중공업이 조선업에서 쌓아온 초대형 구조물 제작과 특수용접 기술을 핵융합 분야로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향후 핵융합 발전소가 상용화되면 진공용기를 비롯해 블랑켓, 초전도자석 주변 구조물, 열교환 설비 등 초대형 장비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HD현대중공업의 과제는 ITER에서 확보한 '제작 경험'을 한국형 핵융합로와 해외 상용로의 반복적인 수주로 바꾸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제조 DNA 핵융합으로 


두산에너빌리티도 핵융합 공급망에서 주목할 기업이다. 대형 원전에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터빈 등 발전설비를 제작한 경험이 핵융합 발전소에도 적용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ITER 프로젝트에서도 가압기 등 장비 제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열을 실제 전기로 바꾸려면 결국 터빈과 발전기, 열교환 시스템 등 기존 발전산업에서 사용하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다.


핵융합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수록 '핵융합 기술기업'뿐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은 전통 발전설비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이유다.


다만 현재의 납품 경험을 향후 상용 핵융합 발전설비 시장의 수주로 곧장 연결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아직 발전소의 표준 설계와 공급망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문 강국' 넘어 '핵융합 장비 수출국' 돼야


한국의 또 다른 강점은 KSTAR다. 여기에 ITER 제작 경험과 국내 기업의 제조능력을 결합하면 연구→실증→제작→발전소 건설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SMR과 달리 핵융합은 7대 SEED 가운데 상용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산업으로 꼽힌다. 초고온 플라즈마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극한 환경을 견딜 소재, 삼중수소 연료주기, 경제성까지 해결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발생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산업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2035년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를 단순 연구시설로 끝내지 않고 국내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검증하는 '산업 실증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기는 이유다.


핵융합의 진짜 성과는 플라즈마 유지시간 기록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핵융합 발전소의 핵심 장비를 만들어 해외에 파는 날 산업으로 완성된다.


정부가 뿌린 두 번째 SEED의 성패 역시 연구실 속 '인공태양'을 수주와 매출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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