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경제성장률 1.7% "4%p 하향조정"…올해 경제성장률 2.6% 유지

8월 전망 대비 수정조정…내년 전망치 주요기관 중 가장 낮아
민간소비 둔화‧설비투자 위축‧수출부진...주택가격 급락 가능성도 잠재
소비자물가 올해 ‘5.2%→5.1%’…내년 ‘3.7%→3.6%’로 낮춰
2024년 2%대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등 정상 경로 회복 예상

류수근 기자

press@megaeconomy.co.kr | 2022-11-25 08:41:18

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은 2%대를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2%대에서 1%대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발표 때보다 각각 0.1%포인트씩 낮추되 각각 5%대와 3%대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24년에는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정상 경로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 GDP 성장률 전망경로.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실질 국민총생산(GDP)를 8월 전망치인 2.1%에서 1.7%로 0.4%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내년 상반기엔 1.3%, 하반기엔 2.1%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전망 때는 내년 상반기 1.7%, 하반기 2.4%였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치다.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 경제성장 전망. [한국은행 제공]
내년 성장률 전망치 1.7%는 국내외 주요 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2.3%), 국제통화기금(IMF·2.0%), 신용평가회사 피치(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개발연구원(KDI·1.8%) 등 대부분 기관보다 낮은 수치이고, 한국금융연구원(1.7%)과는 같다.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은 8월 발표 때와 같은 2.6%로 전망했다. 다만 8월에는 상반기 2.9%, 하반기 2.4%에서 이달에는 상반기 3.0%, 하반기 2.3%로 수정했다.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 상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외 금융불안 심화, 높은 에너지가격 지속,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을 하방리스크로 꼽았다.

▲ 전망 전제치.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향후 국내경제는 주요국 경기 동반 부진 등으로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성장흐름이 이어지겠다”며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춰잡은 것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물론, 올해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 회복 흐름마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성장에 대한 지출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내수 기여도는 향후 1%p대 중반 수준을 나타내겠으나 수출 기여도는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상당폭 축소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내수 기여도는 1.8%포인트(p)로 지난해(1.6%p)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수출은 0.8%포인트로 지난해(2.5%p)보다 무려 1.7%포인트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 내수와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 [한국은행 제공]▲ 순성장 기여도. [한국은행 제공]
내년 내수와 수출 기여도는 올해보다 모두 더 내려앉아 각각 1.4%포인트와 0.3%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민간소비는 올해 4.7%에서 내년 1.7%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고, 설비투자 감소폭도 -2.0%에서 -3.1%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상품수출은 올해 3.4%에서 내년 0.7%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상품수입은 올해 5.8% 증가에서 내년엔 0.4% 증가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민간소비는 펜트업 효과가 이어지면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실질구매력 저하, 금리상승 등으로 회복 속도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 등은 하방리스크로 잠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및 거래량. [한국은행 제공]
설비투자의 경우, 글로벌 수요둔화와 자본조달비용 상승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제조업은 IT부문과 비IT부문 모두 해외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자본조달여건 악화로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비스업은 다만 정보통신, 항공운수를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주택수요 둔화와 정부 사회간접자본(SOC)예산 감소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주거용 건물건설은 그간의 수주 호조에도 불구하고 신규 분양 위축으로 공사물량이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고, 비주거용 건물건설도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 IT와 비IT 수출과 글로벌 반도체 매출 전망.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특히 수출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도체 업황 하강 등에 따른 영향이다.


상품수출은 특히 중국과 IT품목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입수요가 약화되면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관수출의 경우 품목별로 보면 IT, 비IT 모두 수요둔화와 단가하락으로 내년 중 수출액(통관기준)이 감소 전환할 전망이다.
 

▲ 경상수지 전망. [한국은행 제공]
올해 경상수지는 흑자규모가 크게 축소되는 모습이지만 내년 이후 서비스수지 악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해와 내년 중 각각 250억달러, 280억달러로 내다봤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금년과 내년 모두 1%대 중반 수준으로 예상했다.

금년과 내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해 883억달러에 비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보다는 내년의 전망치를 다소 높게 잡았다. 2024년에는 480억달러까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수지는 올해 원자재수입 급증 등으로 흑자규모가 크게 축소되지만 내년에는 하반기 이후 수출부진 완화, 수입 감소세로 흑자폭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비스수지는 그간의 팬데믹 호조요인(여행·운송)이 약화되면서 점차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임금‧배당‧이자 등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올해 해외증권투자 축소 등으로 흑자폭이 줄어들겠으며 내년에는 배당수입은 감소하나 이자수입이 늘면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 물가 전망.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8월 전망치(5.2%)를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농산물가격 하락세 등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5%대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6.3%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뒤 8월 5.7%, 9월 5.6%로 낮아지다가 10월 5.7%로 다시 올랐다.

한은은 이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8월 전망치(3.7%)보다 소폭 낮아진 3.6%로 예상했지만 3%대 중반은 유지했다.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훨씬 웃돈다.

3%대 물가 상승률은 올해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내년에도 고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흐름 자체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올해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개인서비스물가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8월 전망 수준(3.6%)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3.1%)보다 소폭 낮아진 2.9%로 내다봤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전망과 관련해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부담이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경기둔화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주로 기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오는 2024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2.3%,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5%를 제시했다.

2024년이 되면 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인 2%대로 다시 내려오고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 고용전망. [한국은행 제공]
취업자수는 올해 82만명 증가에서 내년에는 9만명 증가로 그게 줄어들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올해는 리오프닝에 따른 효과 등으로 취업자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내년에는 이같은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둔화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도 올해 연간 3.0%에서 내년엔 3.4%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서비스업 취업자수는 대면서비스업의 회복흐름이 이어지겠으나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비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수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증가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현황은 2024년에는 내년보다 다소 개선돼 취업자수 15만명 증가에 실업률은 3.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