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홀딩스 실적 악화에도 고배당, 구본준 회장 일가 논란

영업익 54% 급감에도 3.8% 고배당률 유지, 주주환원 vs 승계 구도
최대 수혜자는 구형모 부사장? 경영능력 의문과 막대한 상속세 부담

이동훈

ldh@megaeconomy.co.kr | 2024-03-22 10:43:30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LX홀딩스가 실적 악화에도 고배당을 추진하면서 구본준 회장 일가를 향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구 회장의 철학으로 해석하는 반면, 구 회장의 후계자인 장남 구형모 부사장에 대한 승계를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X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79억원, 732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666%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은 54% 급감한 수치이다. 순이익도 53.7% 줄어든 788억원에 그쳤다.

 

▲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X그룹 회장]

 

 

LX홀딩스는 이 같은 영업이익 급감에도 이번에 보통주 1주당 27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통주 1주당 310원 배당에선 줄었지만 시가배당률은 지난해 3.5%에서 올해 3.8%로 오히려 높아졌다.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55%감소했지만, 시가배당률은 3.8%로 고배당 기조를 유지했다.

이는 삼성물산이 전년대비 13.5% 증가한 2조870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올해 시가배당률 2.0%,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를 넘어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로 책정한 것과는 대조된다.

해당 배당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LX그룹 오너 구본준 회장 일가다. LX홀딩스 지분 20.37%를 보유한 구본준 회장은 지난해 실적 기준 42억원을 배당받게 됐다. 구형모 부사장과 딸인 구연제씨도 각각 25억원, 18억원을 받아간다. 구본준 회장 직계만으로도 LX홀딩스 순이익의 7분의 1인 85억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LX그룹의 배당 정책을 두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정부와 관계당국이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인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가 떨어졌는데 배당금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LX홀딩스의 주가는 22일 오전 8시 기준 7000원이다. 2년전 1만50원과 비교하면 30%넘게 하락한 셈이다.

한 소액주주는 “고배당 정책에 따른 주가 오름세는 소폭에 그치기 마련이다. 지주회사가 계열사에 대한 실적 강화에 힘써 곤두박질 치고 있는 주가로 인한 개미들의 손실을 메워줄 생각은 하지 않고, 오너들 뱃속만 채워주려는 모양새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에서는 고배당이 후계자인 구형모 부사장의 승계를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LX홀딩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최대주주인 구본준 회장과 구 회장의 직계 가족 및 친인척 등이 총 43.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19.99%, 유력 후계자인 구형모 부사장은 11.92%를 갖고 있다.

구씨 일가의 경영승계 작업은 2021년부터 본격화됐다. 그해 12월 24일 구본준 회장은 구형모 부사장에게 850만 주의 지분을 증여했고, 구형모 부사장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17차례 25억 원어치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직책도 역시 구형모 부사장은 2021년 5월 계열분리하며 출범할 때 만해도 LX홀딩스 상무로 입사했지만, 1년 반 만인 2022년 11월 LX홀딩스 부사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구형모 부사장의 그룹내 지배력은 불완전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 승진 명단에서 구형모 부사장 이름이 빠진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방증으로 언급된다. 구형모 부사장은 2022년 12월부터 LX MDI 대표로 재직 중이다. 공교롭게도 LX MDI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2억 원에 영업손실 9300만 원을 냈다. LX MDI는 그룹 내 계열사들만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데 전사적 지원을 받고도 적자를 기록한 것은 구형모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요소이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경영 승계 자금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63조 3항은 최대 주주의 주식을 상속할 때 해당 주식의 가액을 20% 가산하도록 한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 외에도 경영권 지배 프리미엄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므로 일반 주식보다 가액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조항이다.

예를 들어 가액이 100억원인 최대주주의 주식이 상속될 때에는 20% 가산된 120억원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상속세액은 상속세·증여세법 26조에 따라 90억원(상속재산 가액 120억원에서 30억원을 초과한 금액)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한 45억원과 기준 상속세액 10억4000만원을 더한 55억4000만원으로 계산된다. 이는 같은 조건의 일반 재산 실제 상속세율 대비 10% 더 높은 수치이다.

한샘은 지난 2021년 7월 14일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한샘은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조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고배당 정책에 대한 구본준 회장 일가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배당을 추진한 것은 주주환원과 승계 구도라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메가경제는 lx홀딩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문의했으나 어떠한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