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피해는 사회가 떠안고 이익은 담배회사가”…금연학회 반발
건보공단 담배소송 2심 패소…금연학회 "과학 무시한 판결"비판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1-28 08:30:51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대한금연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담배회사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해 “흡연 피해는 사회가 떠안고, 이윤은 담배회사가 가져간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학회는 이번 판결이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축소 해석하고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대한금연학회(회장 김열)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2심 판결은 흡연과 폐암·후두암의 인과관계에 대한 확립된 의과학적 증거를 외면했다”며 “이번 판단은 공중보건 영역에서 발전해 온 질병 인과관계 개념을 부당하게 축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특히 흡연과 폐암·후두암에 대한 인과관계를 부정한 판결 논리를 문제 삼았다. 판결문은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는 개별 환자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학회는 이를 “현대 의학과 보건학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회는 “폐암 등 만성질환은 단일 원인이 아닌 다요인적 질병 모델을 따른다”며 “WHO, IARC, 미 보건총감 보고서 등 국제기구는 흡연의 발암성을 수십 년 전부터 확정적 인과관계로 선언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 판결이 ‘다른 위험요인의 개입 가능성’을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한 것에 대해 학회는 “복수 위험요인의 존재는 특정 위험요인의 인과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후두암과 폐암은 흡연과의 상대위험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대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 축소도 문제로 지적했다. 판결은 담배 유해성과 중독성이 널리 알려졌다는 취지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제한했지만, 학회는 “담배회사의 중독성 축소·은폐 전략은 국제 소송과 문서 공개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며 “흔히 알려진 ‘순한·라이트’ 제품 마케팅 역시 덜 해로운 담배라는 오인을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이 사건은 기업을 처벌하려는 소송이 아니라 위험 상품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 기업이 책임의 몫을 부담하라는 요구”라며 “세계 여러 국가에서 담배회사 손해배상과 부담금 제도는 공중보건 정책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국민 건강 보호 의무를 규정한 헌법 가치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흡연은 예방 가능한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이라며 “비용은 개인과 사회가 떠안고, 가해 산업은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상고가 예정된 본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의과학과 공중보건 관점에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는 대법원이 ▲흡연과 폐암·후두암의 인과관계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집단 건강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법치국가의 정당한 요구라는 점 ▲공중보건 영역의 인과관계 판단 기준은 형사재판 기준과 달라야 한다는 점 ▲담배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담배뿐 아니라 향후 유해 산업 전반에 대해 ‘과학이 명확해도 책임은 묻지 않겠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담배 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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