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인기몰이에 다시 물음표...토종 OTT는 꼭 필요할까?

콘텐츠 경쟁력은 다양성에서 출발...자국산 보호한다고 대기업만 기회?

박종훈

industry@megaeconomy.co.kr | 2021-09-29 08:22:36

추석 연휴를 앞두고 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의 인기몰이가 뜨겁다.

현지시각 27일 미국에서 열린 코드 컨퍼런스 2021에서 넷플릭스의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는 “대부분 국가서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오늘의 Top10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군상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상황에 도전한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그동안 흥행작들과는 달리, 급속도로 전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계기인 ‘플랫폼’의 위력에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유료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했다고는 하지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글로벌 OTT의 최강자다.

2억900만명의 전 세계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디즈니플러스. 출시 2년 만에 1억20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디즈니플러스는 11월 중 한국 시장 출격도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와 KT가 파트너로 점쳐지고 있다.

대중들의 콘텐츠 소비는 이제 더 이상 특정 채널이 독점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 미디어 관계자는 “인기몰이인 <오징어게임>이 만약 지상파에서 방영된 드라마라면 과연 시청률이 몇 퍼센트가 나오겠냐”며 “미디어 집중도가 낮아지는 게 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시도와 이를 촉발하는 경쟁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은 한국의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작여건에 비해 빵빵한 지원은 물론, <오징어게임>이 보여주는 것처럼 단숨에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지난 2016년 진출 이후 넷플릭스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킹덤>,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의 오리지널 드라마와 <사냥의 시간>, <승리호> 등의 영화가 넷플릭스서 독점 공개됐다.

한국 진출 5년을 맞는 올해 넷플릭스는 5억달러, 약 59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2016년부터 한국 시장에 투자 규모는 7700억원 가량.

이와 같은 행보에 국내 OTT 사업자들 역시 대응에 나선다. CJ ENM은 티빙을 국내 1위로 키운다며 5년 동안 5조원을 투입한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웨이브도 2025년까지 1조원 투자계획이 수립됐다. KT도 2023년까지 시즌에 4000억원 투자 계획을 세웠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4월 국내 OTT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원책을 확대할 거라고 약속했다. 특히 “국내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OTT의 하청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국내 OTT와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특히 영상 콘텐츠 산업을 독점하다시피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투자에 인색했던 모습을 역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9회에 총 제작비 2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회당 22억원 가량 제작비인 셈.

이보다 앞서 인기를 끌었던 <킹덩>도 회당 20억원, <스위트홈>도 회당 3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2019년 tvN이 만든 <아스달 연대기>는 역대급 제작비로 관심을 모았다. 총 540억원, 회당 30억원 가량 쓰였다.

지난 2016년 KBS의 ‘초대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약 13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16부작이니 회당 8억원 가량인 셈이다.

역대급 제작비를 쏟아부어 인기라도 끌면 그나마 다행.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공룡들의 투자 규모에 비해 방송사들의 역량은 진즉 쪼그라든지 오래다.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대하 사극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가장 대중적이어야할 예능 프로그램 역시 천편일률이란 혹평이 나오는 가운데, 지상파의 존재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오징어게임> 의상을 입은 모습을 공개한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의 입장에선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의 흥행이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영미권 투자 콘텐츠들의 경우, <오징어게임>의 투자 규모와 차이가 크다. 특히 역사물, SF 등의 장르라면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더크라운>의 회당 제작비는 1300만달러, 약 150억원으로 알려졌고, <기묘한이야기>는 회당 1200만달러, <위쳐>는 1000만달러, <브리저튼>은 700만달러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됐던 국내 OTT에 대한 우려 역시, 결국 투자 경쟁에서 밀릴지 모른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한 미디어 관계자는 “플랫폼은 플랫폼이지, 자국산 플랫폼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구시대적”이라며 “넷플릭스와는 상반된 노선으로 쌍방향 소통을 중점에 놓고 있는 유튜브 같은 경우 국내판 대항마를 왜 안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이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에겐 넷플릭스의 투자로 기회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기회조차 편중돼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영상 제작자는 “해외서도 검증된 스타와 제작진들에게 투자가 몰리는 경우는 당연하지 않겠냐”며 “오히려 중소 제작사들이 고사하는 경우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이든 유통이든, 대형 플레이어만 남는 판에서 다양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문화산업, 콘텐츠산업 측면에선 경쟁력 확보가 과연 뭘 의미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