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인데 또 돈 내라고?”…커넥티드카 구독제에 소비자단체 ‘소유권 침해’ 반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이미 구매한 기능 반복 과금은 불공정”
공정위 조사·안전기능 구독화 금지 촉구
SDV 전환 속 자동차 업계 수익모델 논란 확산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5-08 07:10:04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자동차 제조사의 커넥티드카 서비스(CCS) 구독 모델을 둘러싼 소비자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차량 구매 이후에도 주요 기능 사용에 월정액 형태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구조가 확산되자, 소비자단체가 “소유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제도 개선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성명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구독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단순한 편의 서비스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재산권과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열선 시트, 원격 시동, 주행 보조 기능,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등을 구독형 상품으로 제공하는 사례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초기 차량 가격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이미 차량 가격에 포함된 하드웨어 기능까지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로 제한한 뒤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사용권 재판매’에 해당한다고 비판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차량 구매 시 비용을 지급하고도 기능 사용을 위해 다시 과금받는 구조는 소비자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쟁점도 제기됐다. 민법 제211조는 소유자가 법률 범위 내에서 소유물을 사용·수익·처분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차량 소유권은 소비자에게 이전됐지만 실제 기능 통제권은 제조사가 유지하는 현재 구조가 소유권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량 구매 이후 특정 기능을 제한하거나 추가 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방식이 제조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이익 제공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가 차량 구매 이후에는 사실상 제조사 생태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택권 제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전 기능의 구독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긴급 자동 제동, 사고 예방 기능 등이 향후 유료 구독 모델로 전환될 경우 안전 수준이 소비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미 탑재된 기능에 대한 반복 과금 중단 ▲공정거래위원회의 CCS 거래구조 조사 ▲안전 관련 기능의 구독 모델 제외 ▲소프트웨어·데이터 활용 기준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자동차는 소비자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취득하는 대표적 고가 자산”이라며 “기술 발전이 제조사의 지속 과금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되며, 소비자 권익 확대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사 논란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BMW는 과거 일부 국가에서 열선 시트 기능을 월 구독 형태로 제공했다가 소비자 반발에 직면했고, 미국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역시 고가 유료화 정책을 둘러싸고 지속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SDV 전환 이후 차량 판매 중심 구조에서 ‘서비스형 자동차(Car-as-a-Service)’ 모델로 수익 체계가 이동하는 흐름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소비자 권리 보호와 공정한 과금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구독경제 확대가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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