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사망 '뇌 먹는 아메바' 파울러자유아메바는 무엇…"美 치명률 97%"

태국 체류 후 귀국 50대 남성, 10일 만에 사망…사람 간 전파는 불가능
“호수나 강에서 수영 등으로 감염”…“감염 드물지만 증상 빠르고 치명적”
미CDC “기후변화로 하천 수온상승 등 아베마 생존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

류수근 기자

press@megaeconomy.co.kr | 2022-12-27 06:53:14

일명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첫 사례에 첫 사망자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해외 체류 후 귀국한 뇌수막염 사망자에게서 파울러자유아메바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26일 발표했다.이 환자는 태국에 4개월간 체류한 50대 남성으로, 지난 10일 귀국 당일부터 증상이 시작돼 다음 날인 11일 응급실로 이송됐으며 10일 후인 지난 21일 사망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일반적으로 전 세계 호수, 강과 온천 등 민물과 토양에서 발견되며 따뜻한 환경을 좋아하는 자유 생활(free living‧독립 생활) 아메바의 일종이다. 사람과 실험동물 감염 시에 치명적인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을 유발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병원성이 매우 높은 원충이다.
 

▲ 파울러자유아메바의 생활사. [질병관리청 제공]
1965년 처음 보고한 호주의 병리학자 말콤 파울러 박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으며, 치명적인 뇌감염을 일으켜 ‘뇌 먹는 아메바(brain-eating amoeba)’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례는 4개월 간 태국에 머문 뒤 귀국 후 상급종합병원에 뇌수막염 증상으로 응급이송된 환자의 검체에 대해 원인병원체 확인 검사에서 확인됐다. 아메바성 뇌염 원인병원체인 세 종류의 아메바 원충에 대한 유전자(18S rRNA) 검사 결과,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가 검출됐다.

국내 사망자의 파울러자유아메바 염기서열(ITS 유전자)을 분석한 결과, 기존에 해외에서 보고된 뇌수막염 환자에게서 분석된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서열과 99.6% 일치했다는 것이다.

국내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보고는 이번이 최초 사례다. 다만, 국내에서는 가시아메바와 발라무시아에 의한 아메바성 뇌수막염 사례가 보고된 적 있다.

1976년 비결핵성육아종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5세 남아에게서 가시아메바 감염이 확인됐고 1998년엔 면역저하자인 7세 남아가 가시아메바에 감염돼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다.

발라무시아 감염에 의한 아메바성 뇌염 사망은 2019년 71세 남성(면역저하)과 2021년 50세 남성(면역정상)에게서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최근 국내의 일부 환경수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 존재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 2017년 전국 상수원 조사 당시 52개 중 6개 지점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가 검출됐다.

▲ 옥스퍼드 대학 의학 저널 '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실린 1937~2018년 파울러자유아메바에 의한 원발성 아메바뇌염 감염사례. 381건 분포 지역. [질병관리청 제공]
2018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에 의한 원발성 아메바뇌염 사례는 총 381건이 보고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웹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62~2021년 사이에 총 154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매년 3건꼴이지만 치명적이다. 

텍사스 39건, 플로리다 37건 등 대부분의 사례가 남부 주에서 수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DC는 이중 4명 만 생존했다며 치명률이 97%를 넘는다고 밝혔다.
 

▲ 1962~2021년 미국에서 발생한 154건의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사례 분포도. [미CDC 웹사이트 캡처]
미 CDC는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위험이 매우 낮다면서도, 감염 발생 지역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울러자유아메바 분포 지역이 북쪽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이는 기후 변화와 따뜻한 기온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파키스탄 41건, 인도 26건, 중국 6건, 일본 2건 등의 발생 현황이 확인된다.

태국의 경우, 지난해 1건을 포함해 약 40년간 외국인 여행자 등 총 17건의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대부분의 감염은 태국 중부지역(43.8%)에서 발생했고 그 다음으로 북동부 지역(31.3%) 과 태국 동부(25%) 에서 발생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사례는 드물지만, 감염 후 증상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므로, 조기진단 및 치료를 위해 임상에서의 인식이 중요하다. 1937년 미국 버지니아 감염자 조직에서의 사례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주로 호수나 강에서 수영이나 레저활동을 할 때 많이 발생한다.

호수나 강에서 수영이나 레저활동을 할 때 드물지만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코(비강)로 감염돼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한다. 특히 여름철 수온이 많이 올라가 있을 경우에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적 목적이나 비염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코 세척기를 통해 아메바에 오염된 깨끗하지 않은 물 사용 시 감염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다만 사람 간 전파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짧게는 2~3일, 길게는 7~15일이다. 초기에는 두통, 정신혼미, 후각 및 상기도 증상이 관찰되고 점차 심한 두통, 발열, 구토와 경부경직(바로 누운자세에서 목을 앞으로 구부릴 때 일어나는 목의 저항), 혼수로 진행한 뒤 사망에 이르게 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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