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현실로…2년째 마이너스 찍힌 ‘진짜 소득’

고용노동부 "올해 1월 실질임금 388만 원으로 지난해 대비 9.4% 급감"…역대급 하락 폭
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 식료품·에너지 물가 4%대 상회하며 근로자 구매력 잠식
현대경제연구원·LG경영연구원 "고물가 고착화에 따른 내수 소비 침체 장기화 우려" 경고

박성태 기자

pst2622@naver.com | 2026-04-17 06:28:15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올해 연봉 협상에서 4% 인상안에 서명하며 기분 좋게 한 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4월인 지금, 그의 가계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팍팍해졌다. 

 

점심 식대는 물론 가스비, 전기료 등 고정 지출이 줄줄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김모 씨는 “월급 숫자는 늘었는데, 막상 결제할 때는 작년보다 훨씬 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며 “사실상 월급이 깎인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생성

 

◇ 명목은 늘고 실질은 깎였다… 고용부 “2년째 이어지는 임금의 역설”
 

그가 느끼는 압박은 통계로 고스란히 증명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31일 발표한 ‘2026년 2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388만 7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4% 감소했다. 

 

설 연휴 시점 차이로 인한 명목임금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물가 상승분이 임금 상승률을 압도하며 근로자의 ‘진짜 소득’을 빠르게 갉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4월 2일 공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과일류를 포함한 신선식품 물가는 10% 이상 급등하며 직장인들의 필수 생계비를 직격했다. 명목임금이 소폭 오르더라도 생활물가가 더 가파르게 뛰면서 근로자들의 실제 구매력은 2024년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내수 침체 악순환 우려"…전문가들의 경고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질 소득 감소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5일 발표한 ‘2026년 국내 경제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낮은 실질 소득과 가계 부채 부담 가중이 내수 소비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LG경영연구원 역시 작년 12월 말 내놓은 ‘2026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근로자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적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학 전문가는 “임금 인상분이 물가 상승에 흡수되는 현상이 지속되면 가계는 필수재 외의 지출을 닫게 된다”며 “이는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고착화된 저성장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런치플레이션에 N잡러 급증"…바뀐 직장인 풍속도
 

금융권 현장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뚜렷하다. 주요 시중은행 경제연구소의 최근 카드 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 오피스 지역의 점심 평균 결제 금액이 1만 2000원을 돌파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구내식당 이용 비중이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이자 소득마저 연 2%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키 위한 ‘N잡’ 열풍도 거세다. 

 

핀테크 업계의 플랫폼 노동 통계에 따르면, 주말이나 야간을 이용해 배달 알바나 배송 대행에 참여하는 직장인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질 소득의 공백을 노동 시간 연장으로 메우려는 절박한 자구책이 일반적인 풍경이 된 셈이다.

 기재부·금융당국 “민생 안정 최우선”… 정책적 고심 깊어져
 

정부 당국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부터 ‘민생 경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등 물가 관리체계를 가동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8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 분석’을 통해 실질 소득 감소가 중하위 소득 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근로자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서민금융 지원 확대와 더불어 실질적 소득 보전을 위한 세제 혜택 등 다각도의 정책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