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법원,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구속영장도 발부
법원 "범죄 혐의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소방당국 수사도 속도낼 듯
구속심사서 “인명피해 예견할 수 없었다” vs “지자체가 1차적 책임”
류수근 기자
press@megaeconomy.co.kr | 2022-12-27 04:39:51
박희영(61) 서울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안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혐의로 26일 구속됐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선출직 공무원으로는 첫 구속이다.
핼러윈축제 안전조치 부서 책임자인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영장도 이날 함께 발부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함께 구속된 최 과장은 부실한 사전조치로 참사를 초래하고 사후대응도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참사 발생 직후 수습에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있다.
앞서 김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박 구청장을, 오후 5시께부터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을 차례로 심문했다.
3시간 동안 심문을 받고 법정을 나온 박 구청장은 ‘어떤 주장을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대기장소로 호송됐다. 그는 이날 오후 1시20분께 법원에 출석하면서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대비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날 심문에서는 박 구청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졌다.
박 구청장 측은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여서 지방자치단체 책임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주최자 유무와 무관하게 대규모 인파 행사가 예정된 경우 관할 지자체가 일차적 안전관리 책임을 진다고 봤다.
증거인멸 우려도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박 구청장이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한 뒤 기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삭제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구속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 특수본은 이같은 수사 결과를 법원에 제시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특수본 출범 이후 구속된 피의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혐의로 구속된 선출직 공무원은 박 구청장이 처음이다.
지난 23일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이 구속된 데 이어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들까지 구속되면서 참사 원인과 책임을 가리는 이번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수본은 경찰뿐 아니라 소방·구청 등 관련 기관의 과실이 모여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법리를 구성하고 우선 용산지역 공무원들의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소방당국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참사 당일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 운영과 관련한 문건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 소방청 소속 공무원들 신병 확보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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