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국채 바이백·국고채 단순매입에 5조원 긴급투입…·'증안펀드' 재가동 준비

정부, 시장안정 위기대응 조치…5조 긴급투입에 증안펀드까지
정부, 국채 2조원 바이백…한은, 3조원 국고채 단순매입
기재부 "금융시장 불안심리 완화 위한 시장변동 완화조치 검토"
금융위 "증안펀드, 증권 유관기관 등 출자기관과 실무 협의 착수"
대외변수 여파에 효과 주목…정부 "추가 시장안정조치 검토"
미국·유럽발 악재에 코스피 2200 붕괴·환율 장중 1440원 돌파

류수근 기자

press@megaeconomy.co.kr | 2022-09-29 02:37:50

전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 강화 등에 따라 주가 급락과 환율·금리 급등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변동성 완화를 위한 본격적인 위기대응에 나섰다.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5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 등 변동성 완화조치 실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환보유액과 대외자산 등이 충분하고 ‘컨틴전시플랜’이 갖춰져 있다며 심리적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더 크게 휘청이자 이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사진은 9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기획재정부 제공]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8일 오후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컨퍼런스 콜 방식으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한 뒤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30일 2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백(buy-back)이란 원래 물건을 되사는 것을 뜻한다. 주식시장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자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자사주 매입)을 말하며, 국채에 있어 바이백은 ‘국채 조기상환’을 뜻한다.

방 차관은 또 “금일(28) 한은에서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다”며 “긴급 바이백 매입 종목은 한은 국고채 단순매입 종목 및 시장상황을 감안해 금일 장 종료 후 공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비슷한 시점에 홈페이지에 "최근의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국고채권 단순매입을 실시하고자 한다"며 ‘국고채권 단순매입 안내’ 공고를 내고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한은은 29일 오전 10시부터 10분 동안 국고채 10년·5년·3년물을 경쟁입찰을 거쳐 매입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장 마감 후 2조원 규모의 국고채권의 매입을 공고했다.


기재부는 30일 오전 10시40분부터 20분 동안 경쟁입찰에 의한 역입찰 방식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매입대상은 2024년 6월10일과 12월10일, 2025년 9월10일, 2026년 3월10일, 2026년 9월10일, 27년 3월10일 만기 국고채다. 매입 및 등록 업무는 국채법에 따라 한은이 담당한다.


정부와 한은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국채를 사들여 채권 금리 급등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시장안정 조치다.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현 금융시장 상황을 “글로벌 긴축 가속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아시아 시장의 약세 등으로 시장 전반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 및 환율 상승 현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방 차관은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시장 대응에 만전을 다해달라”며 “필요시 주식·회사채시장 불안심리 완화를 위한 시장변동 완화조치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은 9월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45분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한 데 이어, 주식시장 마감 직후인 오후 3시40분 김소형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증안펀드 재가동 등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적기에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증안펀드 재가동과 관련해 증권 유관기관 등 출자기관과 이미 실무 협의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화를 위해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에 따라 증시가 폭락하자 금융당국이 10조원 넘게 조성했으나, 증시가 반등세로 전환되면서 사용되지 않았다.

이날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서는 “전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 강화 등에 따라 주식, 환율, 채권 등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논의와 함께, 증권사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 면제, 상장기업 자사주 매수 수량제한 완화조치 및 연장,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지원 확대·연장 등 그간의 시장안정조치 추진상황도 점검했다.

이날 정부와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책을 전격 내놓은 것은 코스피가 또다시 급락해 2년 2개월 만에 2200선 아래로 주저앉고 환율이 금융위기 당시 이후 처음으로 장중 1440원을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룽 화면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장 중 144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됐다. [서울=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유럽발 악재까지 겹치며 국내 주식·외환·채권 시장은 침체 공포에 휘말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4.57포인트(2.45%) 하락한 2169.29에 장을 마감했다. 연저점 경신은 물론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0년 7월 10일(2,150.25)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피가 22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도 지난 2020년 7월 20일(2,198.20)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4.24포인트(3.47%) 내린 673.87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5월 7일(668.17)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며 오전 중 1440원을 돌파했다. 환율은 이후에도 고점을 높여 한때 1442.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오후들어 상승폭이 다소 줄어 전날보다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했다.

채권시장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3.4bp(1bp=0.01%포인트) 올랐고 10년물 금리도 연 4.332%로 12.4bp 상승했다.

강력한 미국발 ‘킹달러’ 여파에다 영국 파운드화 폭락과 러시아산 천연가스 파동 등 유럽발 악재까지 겹치자 투자자들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가스 누출 사고가 유럽 경기침체의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고, 애플이 수요 부진을 이유로 새 아이폰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까지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중국 위안화마저 달러당 7.22위안대로 치솟으면서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최근 불안은 국내적인 요인보다는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이날 전격 내놓은 시장안정화 조치들이 과연 투자자들의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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