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정순 체포동의안 가결...21대 첫 번째·역대 14번째 "방탄국회 모면"

재석 186 중 167 찬성, 반대 12표...민주당도 일부 반대표 관측
국민의힘 표결 불참…정정순 "결과에 승복…일정 잡아 출석할 것"

류수근 기자

webmaster@megaeconomy.co.kr | 2020-10-30 01:08:34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우려했던 방탄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4·15 총선 회계부정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9일 가결됐다.


이날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총투표 186명 가운데 찬성 167표, 반대 1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체포안은 재적의원 과반출석, 출석 의원 과반찬성으로 가결된다.

체포안이 가결된 것은 역대 14번째로,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 이후 5년여 만이다. 

 

▲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역대 체포 또는 구속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총 58건이지만 역대 가결률은 24.1%에 불과하다. 체포안이 부결될 때마다 국회는 '방탄 국회' '제 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그같은 오명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는 순전히 정 의원 체포동의안 하나만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념으로 열렸다. 정 의원은 올해 총선에서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정부는 정 의원이 8차례 걸친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며 체포동의안을 지난 5일 국회에 제출했다.

체포동의안은 국정감사와 맞물려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고 선거법 공소시효(10월 15일)까지 만료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이 선거법 부분만 '분리 기소'하면서 효력이 유지됐다.

 

▲ 정정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그래픽= 연합뉴스]
이날 표결은 174석의 절대 과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자율 참석' 방침을 정했고, 결과적으로 한 명도 표결에 응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표결 결과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민주당에 온전히 지우려고 여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표결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표결에는 민주당에서 174명 중 170명이 투표했고, 정의당 6명, 열린민주당 3명, 국민의당 2명, 시대전환·기본소득당 각 1명과 양정숙·이상직·김홍걸 등 무소속 의원 3명이 참가했다.

 

▲ 4.15 총선 회계 부정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표결에 부쳐지기 전까지만 해도 무기명 가·부 수기 투표의 특성 탓에 이탈표가 나오면 이변이 연출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며 그같은 관측은 기우로 끝났다.

물론 찬성표 수가 민주당의 투표 참가 인원보다 적은 만큼,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표결 결과는 동료 감싸기에 익숙했던 과거와 결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자기 정당, 그것도 여당 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상정해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이 대부분 찬성까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것을 두고 "교섭단체 간 합의한 일정임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며 "당 차원에서 참석하는 의원을 돌려보내는 상황마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표결에 임했다"며 "국민의힘은 박덕흠, 조수진, 최춘식, 구자근 의원의 법 위반 및 비리 의혹에 해명도 없이 외면하고 있다. 분명한 해명과 징계로 공당의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표결 후 본회의장에서 나와 "의원님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겸허히 따르겠다. 결과에 승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을 잡아 출석하겠다. 변호사와 협의하겠다"며 자진 출석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 과거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 [그래픽= 연합뉴스]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원칙적으로 정 의원은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그에 따라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

그러나 체포동의안이 처리됐다고 해서 곧바로 검찰의 정 의원 체포와 강제수사가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체포동의 사실이 법무부 등을 거쳐 넘어오면 관할 청주지법은 영장 심사를 하고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순서를 밟게 된다.

 

▲ 과거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 [그래픽=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영장이 발부될 수 있으리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렇게 되면 정 의원을 상대로 한 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정 의원이 4·15 총선에서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청주시의원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둘뿐 아니라 부정 취득한 자원봉사센터 회원 정보를 선거에 이용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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