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뛰는 놈 위에 나는 분
이석호
sm160701@naver.com | 2021-03-04 00:50:15
[메가경제=이석호 정경부장] "집보다는 땅"
부동산 재테크 고수들의 강연을 들어 보면, 큰 부자는 집이 아닌 땅에서 나온다는 데 입을 모은다.
그만큼 '잘만 하면' 주택보다 토지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말일 터. 물론 전제는 땅값이 오를 지역을 '콕' 집어 '미리' 사두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지역이 언제 오를 것인가"다. 여기서 '출제자'의 '의도' 파악이 중요하다. 출제자는 '정부'고, 의도는 '정책'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이른바 '타짜'들도 땅 투자는 어렵다고 한다. 누가 정권을 잡고, 어떤 정책을 펴는지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 예측이 어려운 탓이다. 자칫 정세 판단을 잘못하면 뭉칫돈이 장기간 잠겨버릴 위험성도 높다.
하지만 출제자조차 정답을 못 맞추는 집값 등락보다는 땅값의 향방을 쉽게 읽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개발 지역을 미리 알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땅 집고 헤엄을 치는 자들은 과거부터 늘 있어 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정을 발표하기 전 광명·시흥 지역 땅을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LH직원 13명이 해당 지역에서 12 필지를 취득한 사실이 적발돼 직위해제가 됐다.
아직 이들의 위법 사항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지분쪼개기', '나무심기', '가짜영농계획서' 등 토지 보상을 노린 전문 투기꾼들이 사용하는 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 상당수는 실제로 보상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어 적어도 '출제자의 의도' 정도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들이다.
주택투기꾼들이 활개를 치자 뒤늦게 집값 잡겠다고 온갖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집 없는 서민을 단숨에 '벼락거지'로 전락하게 만든 정부 꼴을 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한술 더 떠 정부가 명운을 건 '공공주도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자들이 버젓이 친인척에 지인까지 동원해 저지른 '땅 투기의 정석'까지 보게 된 국민들은 참담할 뿐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자산시장에 돈이 풀릴수록 부의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졌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극한에 몰린 노동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근로 의욕을 상실한 채 '빚투'하고 '영끌'해 너도나도 재테크에 올인하는 모습은 이제 당연한 풍경이 됐다. 살기 힘든 세상에 결혼도 출산도 부담스럽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앞으로도 경제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기고 있는 서민층. 허위 실거래가 띄우는 등 각종 수법으로 투기판에서 열심히 뛰는 놈들, 그 위에 '나는 분'들이 있다. 이번에 전방위 조사가 이뤄져 '재수없게' 걸린 투기꾼들만 '나는 분'들이 아닐 수 있다. 그들 위에서 '더 높이 나는 분'들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출제자분'들에게 더욱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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