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내부거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구속 “몰락한 그룹 재건 꿈꾸다...”
그룹 재건 꿈꾸던 박삼구, 부당 내부거래로 계열사 되찾으려다 덜미
아시아나 기내식 독점권, 계열사 자금 등 활용...협력업체까지 이용해
이석호
sm160701@naver.com | 2021-05-13 00:17:26
몰락한 그룹 재건을 위한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결국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자정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로 박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피의사실과 같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민형)는 박 전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에 자금을 지원하는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20억 원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에 부과하고, 박 전 회장을 비롯해 그룹 전략경영실장(부사장) 박모 씨와 같은 부서 임원(상무) 윤모 씨를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박 전 회장은 금호고속 최대주주로 그룹 전략경영실을 통해 법 위반 행위에 관여하고, 전략경영실 주요 임원들이 주도적으로 부당 내부거래 구조를 설계해 계열사에게 실행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이후 경영난을 겪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는 금호기업을 2015년 설립해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던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등 핵심 계열사 인수에 나섰다.
금호기업은 2015년 12월과 2016년 4월 금호산업과 금호터미널을 각각 인수하고, 2016년 8월 금호터미널이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해 금호홀딩스로 이름을 바꿨다. 금호홀딩스는 2017년 6월 금호고속을 인수한 후 11월 흡수합병하고, 이듬해인 2018년 4월 다시 사명을 금호고속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당시 금호기업은 과다한 차입금과 담보 부족으로 막대한 계열사 인수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그룹 전략경영실(금호산업 소속) 주도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 계열사와 영세 협력업체 등을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했다는 게 공정위 주장이다.
전략경영실은 지난 2015년부터 해외 투자 자문업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30년 독점 사업권과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결합하는 일괄 거래하는 방식으로 해외 기내식 공급업체들에게 제안했고, 스위스 게이트그룹과 최종적으로 손잡았다. 이 거래로 금호고속은 0% 금리, 만기 최장 20년 등 조건으로 게이트그룹과 1600억 원 규모의 BW 발행에 성공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일괄 거래가 아시아나항공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일괄 거래가 지연되자 자금사정이 급박해진 금호고속에 그룹 계열사 9곳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준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 결과, 그룹 계열사들은 전략경영실 지시를 받아 총 1306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담보 없이 저리로 신용 대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자금 대여 여력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에 선급금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그대로 금호고속에 대여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계약서에 직접 날인한 사실조차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와 아시아나항공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회계 장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하고, 올해 2월에 두 번째 압수수색을 벌인 뒤 박 전 회장과 전 그룹 전략경영실장 박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또한 올해 1월 검찰은 전 공정위 직원인 송모 씨가 전 전략경영실 상무 윤 씨로부터 뒷돈을 받고 박 전 회장 측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각각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이번 혐의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법정으로 향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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