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자산' 과세강행 대우는 '유령자산'···'멍'드는 투자자들

금융·보험 / 황동현 기자 / 2021-05-01 23:45:22
과세에는 속도,정부 주무부처는 불명확 투자자보호 '구멍'
금융당국, 가상자산은 '내재가치 없어' 제도권 편입 우려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뜨거운 가운데, 정부의 정책혼선과 거래소 대량 폐쇄 우려, 롤러코스터를 연출하고 있는 가격급등락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지만, 반발 여론이 커지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국제회계기준상 가상자산을 화폐나 유형자산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시세차익에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세법은 도박이나 뇌물, 횡령 등 불법적인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고 있다. 

 

여기에, 주식을 비롯한 다른 자산은 세금을 내는데 가상자산만 과세를 유예해 달라는 것은 오히려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지방세 제외)로 분리과세 할 예정이다. 기본공제 금액은 250만원이며 1년간 여러 가상자산에서 낸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을 적용한다. 내년 가상자산 거래에서 250만원을 초과한 이익이 발생할 경우 2023년 5월에 이를 신고, 납부하는 방식이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 과세는 예정대로 그러나 보호할 수 없는 자산 규정···혼란 부채질


지난달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암호화폐나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쓴다. 가상자산은 무형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으니까 시장에서 거래가 되는 그런 자산으로 보시면 된다. 저는 화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비트코인 등을 가상자산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제도상 투자자 보호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미비한 상황으로 실제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킹, 가상자산 도난, 개인정보 유출, 가상자산거래소의 파산 등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에 대한 구제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특정금용정보법(특금법)이 개정돼 가상자산사업자의 등록 요건과 의무 규정이 신설되긴 했으나, 그 내용이 자금세탁방지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회에서는 정무위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6월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1년 넘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가상자산 거래시장 제도화에 정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량 폐쇄 코앞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연계계좌 개설 등을 위한 실사 과정에서 적용할 지침을 마련하고 본격 검증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은행들은 자금세탁 방지 관련 전산·조직·인력은 물론이고 거래소가 취급하는 코인의 안전성, 거래소의 재무 안정성, 거래소 대주주까지 문제가 될 부분이 없는지 빈틈없이 살필 예정이다.

 

4대 거래소도 특금법 유예 기한인 9월 말까지 거래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현행 시스템만으로는 실사·검증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100∼200개로 추산되는 군소 거래소뿐 아니라, 현재 NH농협은행·신한은행·케이뱅크와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4대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동안 운영을 멈춘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오프라인 고객센터가 최근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이른바 2030 세대 외에 중장년층도 투자 바람에 가세하면서 면대면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거래소 업계의 설명이다. 사진은 서울 빗썸 강남센터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뒤늦은 제도개선,투자자보호 목소리

 

정치권은 2030의 민심이 예사롭지 않자 여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주무부처별로 엇박자를 내면서 반발 여론이 커지자 여당을 중심으로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른바 '코인 민심'을 달래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여권 내부의 위기감도 반영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성격이 모호한 가상화폐의 개념을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정립하고 거래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이용우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을 이르면 다음 주에 발의할 예정이다. 

 

업체가 신규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올릴 때, 발행 규모나 위험성을 자세히 적은 백서를 거래소에 꼭 내게 하고, 가상자산 예치금을 금융기관 등에 별도로 보관해 투자자가 사기 등 피해를 당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또 거래소가 의무적으로 투자자 실명 확인을 하도록 해 자금 세탁 등을 방지한다는 내용도 담을 예정이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싱가포르 등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가상자산을 제도권에서 관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하면 금융당국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급증하는 가상자산 거래 규모에 견줬을 때 관련 법이나 제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나 정부가 개입할 시장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제도화에 대해 여권 인사들끼리도 생각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입법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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